"물가 3.5% 올랐는데 최저임금 인상 2.5%뿐…1만원 됐으면" 알바생들 아쉬움
"대출이자 많이 올라 4군데서 알바…물가 감안하면 삭감 수준
일부 알바·점주, 지금 있는 일자리도 없어질까 우려하기도
- 원태성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홍유진 기자 = "물가 상승 감안하면 삭감된 거나 다름없죠."
19일 서울 마포구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윤상영씨(20대·가명)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소식을 듣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수개월째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윤씨는 "물가상승률이 3.5%라고 들었는데 인상률이 2.5%다"라며 "여기서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지만 임금 인상과 물가 인상은 맞춰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전날 오후 3시부터 15시간 이어진 마라톤 협상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9860원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40원(2.5%)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에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아르바이트생 일부와 점주들은 시급 1만원이 넘을 경우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라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출이자 많이 올라 4군데서 알바…시급 만원 이상은 돼야"
공덕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상준(32·가명)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거냐"고 되물으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최소 시급 1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대출이자도 많이 올라 4군데서 아르바이트를 뛰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물가 인상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만 체감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장님들의 인건비, 임대료 등 감안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도 정부가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입사준비를 하면서 3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현주(27·여)씨도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은 풀타임 일을 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그만큼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모두가 힘든 것은 알겠지만 집에 더이상 손벌리지도 못하는 내 입장에선 최소한의 생활비라도 벌수 있게끔 최저임금이 인상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알바·점주 "지금 있는 일자리도 없어질까 우려"
일부 아르바이트생들과 점주들 사이에서는 모두가 어려운 시국에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없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마포구 카페에서 일하는 박모씨(24·여)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적당한 것 같다"며 "몇년전 갑자기 확 올리는 바람에 많은 후폭풍이 있던 것으로 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상태로 유지되면서 잘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동결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알바비 감당이 어려워 혼자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0대)도 "사장 입장에서는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라며 "사장들 사이에서는 알바 쓸 시간에 그냥 문 닫는 게 낫다고들 얘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다음 창업 계획이 있는데 그땐 아르바이트가 아닌 로봇 쓰는 무인 점포로 운영할까 생각중"이라며 "현실적으로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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