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D-1' 의료노조, 전국서 전야제…의료계 찬반 나뉘어(종합)

국공립병원 물론, 대학병원도 초비상…강제 퇴원에 암수술 취소도
시민단체 '지지' 힘 보태…정부·병원 "환자들에게 피해" 지적쏟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투쟁 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각 병원과 정부가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13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023.7.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를 열고 파업을 공식화했다. 필수 의료 붕괴의 현실을 되돌리기 위한 불가피한 파업이라는 의견과 함께 일부 병원 환자의 수술·입원이 큰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등 의료계 내에서 파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후 6시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등 파업에 참여하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동시에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나순자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2004년 주 5일제 쟁취를 위한 파업 이후 19년 만에 실질적인 투쟁이 내일부터 펼쳐진다"고 말했다.

또한 나 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해결해 국민 간병비 부담을 덜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개악도 끝까지 투쟁하겠다. 우리의 투쟁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투쟁 전야제'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각 병원과 정부가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예고한 대로 13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2023.7.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국 18곳의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145개 의료기관(조합원 수 6만4257명) 4만5000명 안팎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할 전망이다. 노조는 사용자 측인 병원과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와 쟁점 타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파업 배경을 소개했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보건 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7개 요구를 제시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에 필수 의료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업 참여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외래진료, 진단·검사, 입원 등 업무 공백에 따른 불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국립대 병원과 공공의료원의 상황이 좋지 않다. 국립암센터는 13~14일 수술을 모두 취소했다. 수술 환자들의 입원 후 간호·간병 인력이 부족해서다. 부산대학교병원과 양산부산대학교병원도 입원 환자들을 퇴원시키거나 전원 조치를 하는 등 환자 수를 줄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홈페이지에 "보건의료노조 파업 기간 내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려대학교의료원, 한양대학교의료원, 경희대학교의료원, 한림대학교의료원,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 등 수도권 중대형 의료원 노조에서도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일반 환자들은 적시에 진료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에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 개별 병원이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노사 간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조는 "전 정부 때는 복지부와 밤샘 교섭도 했으나, 이번에는 복지부에서 전혀 교섭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책무를 저버렸다. 사용자 측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8일 보건의료 재난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민수 제2차관은 이날 오후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후암로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상급종합병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총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는 무상의료 운동본부도 이날 "노조의 요구는 필수 의료가 붕괴하고 응급실 뺑뺑이 등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는 보건의료 체계의 현실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양분된 가운데, 노조와 병원 또는 정부 간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2021년에는 총파업을 몇 시간 앞두고 '9·2 노정합의'가 이뤄져 현장 혼란을 피했으나 이번에는 '9·2 노정합의 이행 여부'로 공방이 오가는 터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13일 오후 1시30분 전국에서 상경한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일차 총파업대회를 연다. 14일에는 서울·부산·광주·세종 등지에서 거점파업을 진행한다. 병원 또는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1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