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한다면서 '입덧약'은 비보험…3주치 10만원 "눈물 머금고 결제"
입덧약에 한 달 최대 20만원까지 지출…임신 바우처 대부분 약값에
정부 6월 들어서 급여화 본격적 논의…제약사 신청이 관건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출산 장려한다면서 입덧약은 왜 비급여인지 모르겠어요"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에 사는 임신부 유현진씨(31)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임신 13주 차인 유씨는 최근 입덧 증상이 심해져 입덧약 '디클렉틴' 21일 치 42정을 10만원대에 구매했다. 한 정당 약 2300원이다. 유씨는 "입덧은 모든 산모가 겪는 가장 힘든 증상이고 일상에 제일 지장을 많이 끼친다"며 "꼭 필요한 약이라서 급여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덧약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건강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품이기 때문이다. 임신부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입덧약 '디클렉틴'의 경우 기존 복용법인 하루 1회 2정만 먹어도 한 달에 9만~12만원이 든다. 증상이 심한 경우 1회 최대 4정까지 복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가격이 20만원대까지 오른다. 심지어 비급여이기 때문에 약국마다 가격이 달라 임신부들의 불만은 더 컸다.
회원 수 325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약국 직원도 입덧약 가격에 놀랐다", "출산 장려한다면서 입덧약은 왜 비급여인지 이해가 안 된다", "입덧 한번과 출산 두 번 중 고르라고 하면 저는 출산을 선택한다" 등 입덧약 급여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기존 임신 1회에 60만원이던 '임신 바우처'를 100만원(다태아 140만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필수 검사, 약품이 비급여로 남아 있어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최근 둘째를 출산한 조모씨(33)는 "입덧이 심해 밥도 못 먹는 날이 허다했다"며 "임신 바우처 100만원의 대부분을 입덧약 구매에 사용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입덧약 급여화를 위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제약사는 지난 27일 회의를 포함해 이번 달에 총 두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약사에서 신청이 안 들어와서 비급여로 남아있던 것 같다"며 "제약사가 입덧약 급여화의 시급성이나 필요성을 잘 못 느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 약품을 급여화하기 위해 최근 제약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며 "약가협상이라든지 급여화의 여러 걸림돌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보통 수익적인 부분 때문에 제약사가 신청하지 않거나 해당 약품의 대체제가 있을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입덧약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입덧이 심할 경우 탈수나 전해질 장애가 생겨서 '임신오조증'이 올 수도 있다"며 "입덧은 임신부의 80% 이상이 겪는 질병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신오조증은 일반적인 입덧보다 더 심한 증상을 말하며 발생률은 전체 임신의 0.5~2%다.
이 교수는 "입덧이 심한 임신부들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입덧약이 비싸도 금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며 "입덧약뿐만 아니라 아기와 산모를 위해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양수 검사, 미세 결실 검사 등도 비급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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