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의사의 뇌사 장기기증 30년…수혜자들 "당신 덕에 새 삶"

故 음태인 인턴 의사 추모…간 등 5명에 새 생명 선물

음태인 기증자(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과대학 졸업 후 인턴으로 근무하던 음태인씨(당시 25세)는 199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됐다.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불었고, 스키를 잘 탔으며, 친구가 많은 멋진 청년이었다고 한다.

아들의 뇌사 판정에 가족은 충격에 빠졌고, 소아과 의사였던 음씨의 아버지 음두은 박사는 고심 끝에 아들과 자신의 모교인 가톨릭대 의대로 아들을 옮겨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국내 첫 의사 장기기증자이기도 한 음씨가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떠난지 30년이 된 지난 22일 오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간이식 30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열렸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 30주년 기념식 단체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3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당시 음씨 동기들은 오열하면서도 스승 뒤에 서서 장기기증 수술을 참관했다. 고인의 장기는 5명에게 이식돼 새 삶을 선물했다.

간 이식의 경우, 이 병원의 첫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고인의 간을 받은 환자는 간경화 말기로 한 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던 이종영씨(당시 30세)였다.

이식 후 건강하게 생활하며 올해 환갑을 맞은 이씨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수술 후 병실에 올라온 지 3~4일 지났을 때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는데 해가 비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씨는 "'이게 새 생명을 갖고 건강한 모습으로 사는 모습이구나' 느꼈다" 며 고인과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인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은 이씨를 포함해 총 5명으로, 모두 지금까지 건강하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당시에 간 이식을 집도한 김인철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소아과를 전공한 동기의 아들이기도 한 고 음태인씨는 의사 된 지 3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면서 첫 간이식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이종영씨가 아주 건강히 잘 생존해 계신다고 들어 정말 감동스럽고 보람을 크게 느꼈다. 한 생명을 우리가 노력해 살게 했구나 하는 자부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최고령 간이식 환자인 이기만씨(88)는 "팔팔하게 살고 있는 간이식 25년차"라며 "오늘 하루가 제 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기증자와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편, 이 병원에서는 간이식을 받고 생명을 되찾은 이들은 2001년 자원봉사 모임 '동인회'를 결성해 기증자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하고 있다. 음태인 의사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