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끗한 머리·두 자녀 엄마…취업박람회에 4050 '북적'
서울50플러스재단 '중장년 취업박람회' 처음 개최
50여개 기업·구직자 2000여명 참여…즉석 채용도
-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50대이지만 눈치를 안 보고 구직할 수 있었다."
서울시 최초의 '중장년 취업박람회'가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서울50플러스재단이 주관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등 공공기관이 후원한 박람회에는 '카카오 T 블루'를 비롯한 5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중장년 구직자 2000여명이 현장을 찾아 중장년의 구직 열기를 실감케 했다. 공식 입장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행사장인 DDP 아트홀 밖까지 참가자 줄이 이어졌다. 보통의 취업 박람회와는 달리 머리가 희끗희끗하거나 옷차림이 중후한 구직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박람회 참가를 위해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는 박모씨(56)는 "50플러스재단 소식을 꾸준히 받아보다 이번 박람회를 알게 됐다"며 "퇴직 후 일을 오래 쉬니 좀 무기력해져서 경제적 금액과 상관 없이 일거리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으로도 구직을 할 수 있겠지만 중장년에 초점을 맞춘 행사는 처음이라 기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입장이 시작되자 신세계백화점, 카카오 T 블루, 앰베서더 호텔 등 참여 기관 부스는 금세 직업을 구하는 중장년으로 가득 찼다. 행사장에는 50여개의 기업 부스는 물론 가상현실(VR) 모의면접장, 이력서 사진촬영소, 취업 컨설팅 홀, 전문가 특강실, 채용공고 게시대 등이 마련됐다.
퍼스널 컬러 진단 코너에서 생애 첫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은 윤영자씨(49·여)는 "원래 일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어떤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실제로 와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참여해보고 싶은 일자리가 많아 벌써 3군데는 채용 과정에 참여하기로 예약을 해놨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 부스에 참여한 강모씨(55)는 "돈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기회"라며 "50대로서 눈치 안 보고 구직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됐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자 기술 해외 영업 직군에서 일하는 강씨는 은퇴까지 5년여의 시간이 남았음에도 '인생 2막'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
강씨는 "온라인상에도 중장년만을 위한 행사는 사실상 없어서 박람회를 앞으로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며 "계속해서 현역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참가 기업들도 중장년 구직자와의 만남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버스, 택시를 비롯한 운송업 등 통상 중장년 접근이 쉬운 직군은 물론 선박엔지니어링, 웹사이트 디자인처럼 중장년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직군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참가 기업들은 박람회에서 단순 상담부터 현장 채용까지 폭넓게 진행했다.
선박엔지니어링 기업 케이알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기술이 확보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과 함께 기술이 쌓이는 만큼 오히려 나이 있는 지원자 분들이 필요하다"며 "지금 회사에 65세 이상인 분도 많으니 실력을 갖춘 분들이 망설임 없이 찾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니어 분야 스타트업인 '주식회사 토끼와 두꺼비' 관계자는 "단순 채용도 좋지만 이렇게 얼굴을 보고 서로 알아가고 채용할 수 있는 게 정말 좋다"며 "시니어 스타트업으로서 같은 시니어를 찾는 기업들을 보려고 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직하러 온 분들 가운데 함께 일하면 좋을 것 같은 분이 많았다"며 "반나절만에 25명 정도가 추후 과정을 신청하고 갔다"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강점으로 삼는 취업·삶 컨설팅도 한편에서 진행됐다. 대신 이 날은 평소 상담 프로그램과 달리 일자리와 취업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컨설팅에 참여한 박모씨는 "아무리 혼자 정보를 찾고 해봐야 이런 곳에 와서 실제로 묻고 답하는 것만 못하다"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이성수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본부장은 "경험은 절대 늙지 않는다고 한다"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중장년 분들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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