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뛰었는데 아무 설명도 없는 수료등록금"…대학원생들 '한숨'

학부 등록금 달리 '상한선' 없어…'을' 대학원생, 냉가슴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원생,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고등교육 재정 지원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수료등록금을 갑자기 두배 이상을 내라고 하려면 적어도 왜 많이 인상됐는지, 어떻게 쓸건지 알려줘야죠."

서울 성북구의 한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박사 수료생 김모씨(30·여)는 지난달 출력한 수료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씨의 올해 1학기 수료등록금은 29만3000원으로 지난해 학기당 납부한 금액 13만원에 비해 두배 이상 뛰었다.

김씨는 "학교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공개한 수료연구생 등록안내에는 그저 '본교 등록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등록금이 결정되었다'라고만 적혀 있다"며 "도대체 '왜 등록금이 인상됐는지' 나와 있는게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수료등록금이란 일반대학원 수료생들에 대해서도 소정의 등록금을 걷는 제도다. 대학원 수료생들은 학위 취득 전까지 매학기 수료·연구 등록금을 내고 수료연구생으로 등록해야 한다.

1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통상 학위 취득까지 석사 과정은 평균 5학기, 박사는 9학기가 소요된다. 석사는 1학기, 박사는 5학기 가량을 수료생 상태로 보낸다. 수료연구생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단순 '수료생' 신분에 머물러 학교생활에 여러 제한을 받게 된다.

학부 대학생이나 일반 대학원생의 경우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법정 상한선은 직전 3년간의 평균 물가 상승률의 1.5배에 맞춰 책정된다. 다만 대학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가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에서 제외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해 등록금 인상을 규제해왔다.

하지만 대학원생과 유학생들은 그 규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올해 법정 한도가 물가상승률에 맞춰 4~5%까지 상승한 가운데 대학들이 원래 관례대로 일반 대학원생과 유학생의 등록금을 줄줄이 인상했다. 그 와중에 수료연구생은 별다른 규정이 없어 올해 많게는 두배가 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학부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부담을 대학원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10% 넘게 올라도 별다른 규제 없어"…등록금 사각지대에 있는 수료연구생

</strong>

김씨는 "대학원 등록금 인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대학원생들도 학부생들과 마찬가지로 고물가·고금리 시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만 '독박'을 쓰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고 억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당 대학의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에는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수료연구등록금, 학위청구등록금을 올해 2학기엔 더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인상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 신소재공학부 석박사 통합 5년차 대학원생인 이모씨(30·남)는 "이번 학기 수료등록금이 오르기전 80만원에서 10%정도 올라 약 88만원이 됐고 거기에 수료생 연구등록비도 2만원 정도 상승해 합하면 90만원대가 됐다"며 "미리 이런 인상 소식을 듣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생활비를 절약하며 등록금을 부담한다는 이씨는 "학기마다 오르는 것 자체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어떤 원인으로 증가하는 건지 학교측에서 공지라도 있었으면 미리 돈을 마련하는데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집행위원장은 '수료등록금' 제도가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계속 올려왔지만 정부의 규제 권한 밖이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 '쏠쏠한' 재원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2014년 기준으로 연세대는 학위 취득 시까지 연구생 등록을 위해 등록금의 8분의 1(12.5%)을 냈다. 동국대도 박사과정은 등록금의 15%를 받았다. 한양대는 학기당 67만원을, 성균관대도 계열별로 등록금의 12.5%가량인 60만∼70만원을 걷어 왔다.

강 위원장은 "특히 이공계 같은 경우 수료를 해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가 박사 과정 코스의 시작"이라며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수료등록금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

◇ "등심위 의결구도 조정하고 등록금 인상에 근거 마련해야"

박사 수료생 김씨 등 대학원생들은 지금 당장은 대학원생과 유학생 대표가 배제되는 등심위 의결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등심위 회의록 내용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전국대학원노동조합이 참석하지 않고 학교측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라며 "대다수 대학에서 등심위에 들어가는 학생위원은 학부 학생 대표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원 등록금 인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불만 요소다.

김씨는 수료등록금은 두배로 인상한 반면 수료생들의 연구장려장학금은 사라졌다도 지적한다. 그는 "학교측은 장학금 적용 범위 확대를 통해 수료생의 장학금 수혜율을 높일 것이라고 했지만 더 이상 수료생들이 장학금을 얻을 창구는 없어졌다"며 "학생처 특별장학금 집행을 지금보다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는 "당사자 없는 등록금 인상 결정은 대학과 학생 간 균형 있는 의사소통을 위한 등심위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으며 대학이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집행위원장은 "학부는 등록금 인상 시 국고 지원 제한도 있고 언론 보도도 많이 나와 인상이 어려운 반면 대학원은 등록금 인상하기 비교적 쉬운 구조"라며 "대학원 학생회 조직이 약해서 등록금심의위원회 협상 과정에서 협상력이 밀리는 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