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증화율 최고치인데…"먹는 치료제 처방 지지부진"
60세 이상 처방률, 1월 2주차 36.1% 찍고 3주째 하락해 최근 32.5%
중증화율 0.22%까지 올라…"치료제 제때 활용 안되면 엔데믹 힘들어"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처방률이 3주 연속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처방률이 계속 떨어졌다간 지금의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른다.
처방률이 주춤한 이유는 △복합적 요인으로 처방을 꺼리는 의료현장 △담당 약국 수 부족에 따른 환자의 약 수령 접근성 저하 △필요·중요도에 대한 교육·홍보 부족 등이 꼽힌다. 방역당국이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 "현장 '무증상, 경증에 꼭 써야 하느냐' 물음에 답변 있어야"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월 1주차(1월 29일~2월 4일) 60세 이상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먹는 치료제 처방률은 32.5%다. 3주 전부터 '32.9%(1월 3주차)→32.6%(1월 4주차)→32.5%(2월 1주차)'의 흐름으로 떨어졌다.
치료제는 지난해 1월부터 처음 사용되기 시작해 그해 '12.3%(5월)→18%(6월)→14.6%(7월)→21.7%(8월)→27.2%(9월)→30.2%(10월)→32.5%(11월)→36%(12월)'에 이어 올해 1월 2주차까지 36.1%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추이를 봤을 때는 "(정부와 현장의)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고위험군이 감염 후 위중증 위험 등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방대본이 1월 3주차 확진자를 2월 1주차까지 2주간 관찰한 결과 중증화율은 0.22%, 치명률은 0.09%로 집계됐다. 중증화율 0.22%는 지난해 11월 이후 7차 유행이 본격화된 뒤 최고치다.
국내에서 처방 중인 먹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머크앤컴퍼니(MSD)의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 등 2가지다. 다만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때 병용해서는 안 되는 약물이 28종에 달해 적극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동네 병의원 고민은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확진자에게 꼭 코로나19 치료제를 써야 하느냐'일 것"이라며 "안 써본 약이고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 약도 많을뿐더러, 혹시 모를 부작용이 생기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꺼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먹는 치료제가 위중증 진행을 막아준다고 게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처음에는 증상이 미미할 수 있지만 적기에 필요한 약을 먹지 않으면 위중해질 수 있고,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는 그 확률이 더 높아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처방률이 50%대여도 중증화율은 급감할 텐데 오히려 처방률이 떨어지고 있는 건 문제"라며 "3월 이후 8차 유행이 예상되는데 가지고 있는 무기도 활용이 안 되면 엔데믹은 힘들다"고 강조했다.
현장은 처방 절차가 깐깐한데다 치료제가 있는 약국도 드물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치료제 처방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1만4211곳인데 비해 먹는 치료제 담당 약국은 2923곳에 그치며 지역별 편차도 크다.
신 위원은 "치료제 처방률은 코로나19가 유행한다고 반짝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아쉬운 상황"이라며 "치료제가 없었을 땐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한 뒤 중환자실로 가는 사례가 있었다면 치료제가 나오면서 중환자실 입원 사례는 크게 줄었다"고 부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국이 확진자의 조기 치료에 대한 관심을 줄인 건 아닌지 싶다"며 "코로나19는 특정 진료과만 보는 질환도 아니고 전국의 동네 병의원이 마주하는 데 치료제 활용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독감에 타미플루를 즉각 처방하듯 코로나19 치료제 처방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며 "팍스로비드를 복용했을 때 중증화율을 50% 낮춰주고 재감염, 후유증 예방에도 도움 된다는 연구가 실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대본은 "먹는 치료제 첫 투약 후 적용 대상 및 처방 기관 단계적 확대, 대국민 교육·홍보 등 처방률 제고를 위한 노력으로 처방률은 지난해 7월 이후 그해 12월까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추가로 제약사와 협업해 찾아가는 교육, 학술마케팅 등 홍보를 강화하고 고위험군 대상 처방률 제고를 위해 요양병원 및 시설의 치료제 처방률 모니터링 및 지자체 협조를 독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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