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거한 투명 페트병만 436톤…옷·가방으로 '화려한 변신'

[플라스틱다이어트] ④소비자·기업 '재생섬유' 찾는 까닭은
옷 만들기 좋은 양질 소재…'가치소비' 중시되며 시장 안착

편집자주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택배, 배달 등 생활 패턴이 자리잡으며 일회용품 사용과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증했다.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있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도 이제 피부로 체감하는 진짜 '위기'가 됐다. 플라스틱 감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서울시가 내걸은 '제로웨이스트 서울'의 일상 속 작은 실천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재생섬유 '리젠서울'로 만든 플리츠마마 '러브서울 에디션' 나노백(왼쪽부터)·투웨이쇼퍼백·미니투웨이백. (플리츠마마 제공)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폐 플라스틱 재생섬유로 만든 플리스, 티셔츠, 패딩에 가방까지. 이제 옷과 액세서리를 고를 때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 모습, 그와 같은 소비자 수요에 발맞춰 기업이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는 풍경은 '뉴 노멀'이 됐다.

'제로 플라스틱 서울'을 추진해 오고 있는 서울시 역시 페트병이 고급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라는 데 주목, 버려지는 페트병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힘써왔다. 폐 플라스틱 재생섬유 '리젠서울'이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2년간 400톤이 넘는 투명 페트병이 옷, 가방 등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 "꼭 새로 뽑은 실 같네"…투명 페트병 섬유의 '돌풍'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21년 1월 서울 금천·영등포·강남구, 효성티앤씨와 투명 페트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해까지 약 2년간 페트병 수거, 재생섬유 '리젠서울' 생산 등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시가 수거한 투명 페트병의 양은 436톤에 이른다. 500㎖ 투명 페트병 1개의 무게를 15g으로 가정하면, 2년간 약 2900만개에 이르는 투명 페트병이 수거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민 1000만명이 3개씩 모은 셈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리젠서울의 양은 약 118톤이다. 당초 서울시가 목표로 했던 생산량인 100톤을 훌쩍 넘겼다. 리젠서울은 플리츠마마를 시작으로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커버낫, 탑텐 등에 공급돼 다양한 형태의 옷과 가방 등으로 만들어졌다.

유수의 패션업체들이 재생섬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상품에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데는 까닭이 있다. ESG 경영이나 마케팅적 측면뿐만 아니라 고급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PET) 소재 자체의 우수성도 한몫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페트병을 잘게 부수어 녹인 다음 다시 원사를 뽑아내면 새로 뽑는 것과 물성적으로 아예 차이가 없어 옷을 만들기 가장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장 반응도 좋다. 맨투맨, 조거팬츠, 레깅스, 숄더백, 토트백, 샤코슈백, 비치백, 텀블러백, 나노백 등으로 구성된 플리츠마마 '러브서울 에디션'은 출시 직후 1차 물량이 모두 판매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관계자 역시 2022년 봄·여름 시즌 선보였던 '그린 티 팩'(Green T Pack)이 "친환경 소비 패턴을 실천하는 '그린슈머',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유튜브 '제로서울' 갈무리)

◇ 재생섬유 시장 안착 '성공적'…'생분해 의류' 개발도 진행

업계에서는 재생섬유에 대한 기업과 시장 수요가 '반짝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최근 3~4년 전부터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의류가 아웃도어 업계 등을 중심으로 시장에 자리 잡은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쓰레기 대란'이 소비자들의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에 불을 붙인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 섬유 중에서도 폴리에스테르 계열에 관련된 페트병 리사이클 제품은 시장에 거의 안착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며 "원사를 만드는 업체들도 이 시장이 앞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무색·유색 페트병이 분리 배출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제도와 인식의 개선으로 깨끗한 투명 페트병을 많이 수거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자체적인 원료 공급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해 오던 때보다 단가도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을 기점으로 쓰레기가 많이 늘어난 데 더해 공동주택 대상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며 확보된 투명 페트병에서 양질의 원료를 뽑아내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활용된 제품이 다시 폐기됐을 때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특정 조건에서 매립됐을 때 3~5년이면 완전히 생분해되는 옷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 구로구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분리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202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AI 선별 로봇팔, 무인 회수기…서울시 "'페트병 자원화' 노력"

서울시도 인공지능(AI) 로봇 팔을 활용한 재활용 선별 시스템 올 4월까지 은평구 2개소에 설치하는 등 투명 페트병의 수월한 자원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주민센터와 공공기관, 공원 등 주요 시설에 투명 페트병 무인 회수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56개 시설분의 설치 비용을 자치구에 지원했다. 시는 무인 회수기 설치 규모를 서울 전역 2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명한 옷을 만들 수 있을 만큼 깨끗한 투명 페트병을 수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재활용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선별 시설에서 나오는 잔재 폐기물에 대한 성상 조사 용역을 다음달 중 의뢰할 예정이다. 투명 페트병 이외의 폐기물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를 찾아내 궁극적으로는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시 관계자는 "용역을 통해 나온 조사 결과를 석유화학사 등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도움을 주어 재활용률을 크게 높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