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커피 한잔, 퇴근 후 야식 배달…일회용에 지배당한 일상
[플라스틱다이어트] ①서울 카페 89곳 '1회용컵 없는 매장'
배달도 다회용기로…강남·광진 등 5개 자치구 490곳 동참
- 전준우 기자,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박우영 기자 = 출근길 회사 옆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 하루를 시작하고, 퇴근 후 유명한 '맛집' 음식을 배달해 집에서 편히 먹으며 마무리. '일회용 없는' 일상 생활을 이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에서 매일 발생하는 약 30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서울시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2021년부터 '제로웨이스트 서울'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더 두꺼운' 플라스틱컵에 커피…온실가스 배출 효과는?
서울에는 지난해 말 기준 89곳의 '1회용컵 없는 매장'이 운영 중이다. 2021년 11월부터 서울시청 인근 카페를 시작으로 '다회용 컵' 테이크아웃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음료 주문 시 보증금(1000원)을 음료 값과 함께 지불하고 다회용 컵에 음료를 받는다.
이후 사용한 컵을 사업 지역의 주요 매장에 설치된 무인 회수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다.
컵을 반납하는 회수기는 서울에 현재 132대 설치돼있다. 보증금을 환급받을 때 1000원짜리 현금이나 '해피해빗' 포인트, 스타벅스 카드 등으로 환불받아야 한다. 계좌이체나 카드 환불 등은 불가능하다.
직장인 A씨는 "번거로움에 다회용 컵을 모아뒀다가 반납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인기를 통해 한 번에 컵 한 개씩만 반납할 수 있는 구조라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이라며 "컵을 환급받기 위해 카페 내 설치된 회수기 앞에 가끔 줄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회용 컵이 '두꺼운 플라스틱컵'이다 보니 여전히 이 컵을 사용한다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다회용컵이 두꺼운 플라스틱이다 보니 처음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일회용컵보다 많을 수 있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게 아니라 재사용 횟수가 많아질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다회용컵을 1회 반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g 줄어들고, 2회 반납하면 51g, 3회 반납하면 101g의 배출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위생 관리와 관련해서도 서울시의 미생물 수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회용컵이 125RLU(물체에 묻은 유기 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는 오염도 측정 단위)인 반면 전문 세척을 거친 다회용 컵은 50RLU 이하인 것으로 측정됐다.
현재 서울시가 파악하고 있는 다회용컵 이용량은 하루 4500~5000개 정도다.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컵은 약 172만개(연간 6억3000만개)로, 아직 미약하지만 '다회용컵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카페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도 청사 내 일회용컵 반입을 금지하는 등 공공기관도 '다회용컵' 사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일찌감치 청사 내 일회용컵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서울 광진구의 경우 일회용컵 사용으로 3회 이상 패널티를 받으면 당직 근무를 서기로 했다.
◇ 다회용기 배달해 보니…"김이 모락모락, 따뜻한 집밥 같아"
직장인 기현씨(가명)는 얼마 전 친구를 따라 다회용기 배달을 경험했다. 플라스틱 일회용기가 아닌 낯선 철제 그릇에 음식이 담겨왔다. 어릴 적 학교에 싸가던 도시락의 추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평소 배달음식에 비하면 음식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스테인리스 용기의 뚜껑을 벗기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기현씨는 따뜻한 집밥을 먹는 듯한 느낌에 만족하며 식사를 했다.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었다. 음식물이 담긴 그대로 회수 요청만 하면 됐다. 퇴근 뒤 확인해보니 문 앞에 놨던 용기는 이미 업체 측에서 수거해 가고 없었다.
서울시는 배달 활성화로 범람하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하는 '제로식당' 서비스를 지난해 8월 시작했다. 8월 강남구를 시작으로 서초·서대문·광진·관악 5개 자치구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됐다.
이용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4개 배달앱에서 카테고리나 배너를 통해 다회용기 사용 음식점을 선택할 수 있다. 주문하면 친환경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와 QR코드가 부착된 전용 가방에 음식이 담겨서 배달된다.
식사 후에는 음식물이 흐르지 않도록 뚜껑을 닫은 다회용기를 가방에 담아 집 앞에 놓고 QR코드로 회수 신청을 하면 된다. 업체가 용기를 수거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다중 살균 소독 시스템으로 철저히 관리한다.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회수 서비스가 추가적인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직접 반납소에 용기를 반납하는 선택지도 있다. QR코드나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인근 반납소 위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반납소에 방문해 반납할 때는 1000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사업 초기단계로 아직 낯설다 보니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다회용기 크기와 종류에 따라 업주 입장에서는 1회용기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고, 아르바이트생의 별도 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배달의민족 등 4개 배달앱이 동참하면서 다회용기 이용 건수는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다회용기 배달서비스 이용 건수는 한 달에 6483건이다.
12월 말 기준 현재 '다회용기 배달' 사업에 참여한 업소는 5개 자치구 490개소이다. 서울시는 올해 최소 8개 자치구를 추가하고 2026년까지는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시행한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서울시 축제가 열리면 운영하는 푸드트럭에서도 다회용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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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택배, 배달 등 생활 패턴이 자리잡으며 일회용품 사용과 플라스틱 배출량이 급증했다.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자연과 인간을 위협하고 있고, 폭염과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도 이제 피부로 체감하는 진짜 '위기'가 됐다. 플라스틱 감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서울시가 내걸은 '제로웨이스트 서울'의 일상 속 작은 실천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