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갈등' 숨 고르기…19일까진 탑승시위 안 한다(종합)

전장연, 오세훈 면담 요청…선전전만 진행 예정
면담 불발 땐 20일부터 다시 출근길 탑승 시위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와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 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2023.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조현기 기자 = 새해 첫 출근길부터 사흘째 대치를 이어 가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서울교통공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장연은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전만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20일부터 다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개할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 등에 따르면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4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전장연 교육장에서 박경석 전장연 대표 등과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박 대표는 면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장이 저희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장 면담을 추진해 달라고 (전장연 측에서) 요청했고,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공사 측이) 명백하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19일까지 면담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하고 냉각기를 가지기로 했다.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선전전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의 답변도 (오지 않고) 서울시장 면담도 잡히지 않으면 20일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냉각기' 동안에는 지하철 탑승을 두고 길게는 12시간 이상의 극한 대치 상황을 이어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등이 2일 오후 삼각지역 플랫폼(당고개·진접 방면)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며 12시간 동안 경찰·서울교통공사와 대치했다. 이로인해 4호선 당고개 방면 열차 13대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전장연 페이스북) 2023.1.2/뉴스1

새해 들어 서울시가 전장연 시위에 대해 '무관용 대응'을 내세우면서 전장연과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간 갈등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전장연의 새해 첫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12시간30분간의 대치와 13대에 이르는 열차 무정차 통과로 마무리됐다.

전날(3일)에도 전장연과 교통공사, 경찰은 열차 탑승을 둘러싸고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또 다시 2시간30분간 대치했다.

면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지하철 4호선 구간에서 매일 기습 선전전을 해나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오후 법원 강제조정안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공사는 2021년 11월 형사고소 2건과 민사소송 1건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그중 민사소송 1건에 대해 지난달 21일 강제조정안을 내놓았다.

전장연 측에는 '열차운행 지연 시위 중단', 교통공사 측에는 '엘리베이터 동선 미확보 19개 역사에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전장연 측에는 열차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시위를 할 경우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통공사는 "법원은 5분 초과 시위에 대한 금액 지급만 규정했을 뿐 이외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이용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위를 계속 이어갈 우려가 크다"고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5분 이하 열차 고의지연 시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를 강행하더라도 제지할 수 없다"며 "한 역에서 5분 이하 시위를 강행한 후 이동해 다시 5분 이하 시위를 강행하는 경우 지연 시간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교통공사는 관련 기관의 사전 요청이 없더라도 자체 판단을 통해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새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실에서 서울교통공사측과 면담을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교통공사는 이날 면담에서 조정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금 분명히 했으나 전장연이 오 시장과의 만남이라는 요구사항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현장에서의 갈등은 잠시 유예되는 모습이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2024년까지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1역사 1동선' 확보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이 2022년까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사과 △장애인의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장연이 내세우는 요구사항 중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은 서울시가 아닌 기획재정부 소관인 만큼 오 시장과의 면담이 이뤄지더라도 '냉각기'가 보름 이상 길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