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나오는 코로나 변이…범코로나 백신 개발은 어려울까

사스·메르스·코로나19 모두 유전적으로 사촌…코로나19도 변이 거듭하며 4년째 인류 위협
각국 코로나 범용백신 개발 중…국내선 SK바이오사이언스 범코로나 백신, 연말 임상 진입 전망

코로나19 4차 접종을 알리는 현수막과 화이자의 코로나19 오미크론 BA.4·/BA.5용 2가 백신(오른쪽 아래)ⓒ 뉴스1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2020년 초 시작된 국내의 코로나19 유행은 2023년으로 4년째로 들어섰다.

전 세계적인 노력으로 감염병 유행 1년 만에 백신이 개발됐지만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때마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추가로 접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선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범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체 코로나바이러스 중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속의 아속(亞屬)인 사르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에 속한 바이러스다. 사람과 동물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인수 감염 바이러스이며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는 유전적으로 87.6~89%,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는 약 50% 동일하다. 쉽게 말하자면 사촌지간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모두 RNA(리보핵산)를 기본 유전물질로 한 바이러스다. RNA는 DNA와 달리 불안정해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또 불안정하다 보니 숙주 유전자와도 잘 섞일 뿐 아니라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서도 오류가 발생해 변이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 새 변이 이어질 듯…치명적 코로나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계속 변이가 발생하면서 유행이 끝나지 않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이어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알파 변이, 인도 델타 변이,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오미크론 변이 등이 차례로 전 세계로 퍼졌다.

특히 2021년 말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는 위력적인 전파력으로 델타 변이를 몰아내고 현재까지 지속적인 하위 변이를 통해 지배종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여름 유행을 주도한 BA.4·BA.5 변이에 이어 BQ.1과 BQ.1.1, BF.7 등 BA.5에서 파생된 하위 변이들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변이가 거듭될수록 전파력은 강해지고 백신이 제공하는 보호 효과를 회피하는 능력도 커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유행하면서 백신 제조사들은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을 개량하고 있지만 바이러스 변이가 나타나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국내에서도 2022년 10월부터 오미크론 변이를 표적으로 한 코로나19 개량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상당수 국민이 추가접종을 받았을 때면 또 새로운 변이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 변이가 아닌 유사한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포함된 사르베코바이러스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세 차례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지난 2002년 중국 광둥성 남부에서 처음 발생한 사스와 2012년 유행했던 메르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가 7~10년 주기로 유행했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유전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 만큼 몇 년 안으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코로나 백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치명률이다. 사스와 메르스 모두 초기 코로나19보다 치명률이 10~30배가 넘는다. 다행히 코로나19에서 나타나는 변이가 감염력은 높아지고 치명률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났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자칫 높은 치명률에 코로나19 수준의 전파력이 결합하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은 인류에게 악몽이 될 가능성도 있다.

ⓒ 뉴스1

◇감염병 맞서는 글로벌 연합 CEPI, 범용 백신 개발에 2억 달러 투자

범용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변이된 바이러스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단백질(항원)을 찾아 백신 물질로 만들어야 하는 게 관건이다. 변이가 나타나도 보존된 부분은 다음 변이가 발생해도 계속 상관없이 모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약물을 체내 주입했을 때 면역세포가 활성화되고, 향후 이 면역세포들은 실제 해당 단백질을 가진 바이러스들이 체내 들어왔을 때 공격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 범용 백신 개발에 적극적인 기관은 신종 전염병 대비를 위한 전 세계 연합체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다. CEPI는 코로나19 변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2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전 세계 다양한 파트너사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CEPI는 백신 개발 일정을 100일 안으로 앞당기고 차세대 백신 개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연구,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해 5년간 총 3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CEPI는 범용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최소 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엘린 돌긴 전 의학전문지 스탯 편집위원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재 비영리단체와 기업, 정부기관 수십 곳이 지속적인 코로나19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범용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만을 표적으로 삼거나, 바이러스 관련 부위 주변 다른 단백질도 추가로 표적으로 삼는 백신 후보도 있다. 또 일부 백신 후보는 항체 반응만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다른 일부 백신 후보는 T세포 등 면역 활성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 등이 포함된 사르베코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한 백신 후보도 있고 일부 백신 후보는 일반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도 포함된 베타코로나바이러스도 개발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스핀오프한 디오신백스가 mRNA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베타코로나바이러스 범용 백신 후보 'DIOS-CoVax'는 주삿바늘 대신 고압 공기를 짧게 분사해 백신 물질을 피부에 밀어 넣는다.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분말 형태로도 제조가 가능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전 세계에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연구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 범용 백신 개발 중…CEPI 지원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사르베코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코로나 범용 백신 'GBP511'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12월부터 CEPI에서 비임상과 임상1·2상 등 초기 연구개발비 50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GBP511은 사스 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 그리고 박쥐 유래 코로나바이러스의 수용체결합부위(RBD)를 포함한 나노입자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GBP511에 대한 후보물질 스크리닝·공정개발 등 기초연구를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 범용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다. 상용화로 검증된 플랫폼을 이용해 개발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미이다.

엘린 돌긴은 GBP511이 2023년 말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CEPI가 지원하는 코로나19 범용 백신 중 가장 빨리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기존 스카이코비원을 활용해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됐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용 백신 'NBP622'는 물론 코로나19와 독감 인플루엔자 병용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비강(코)에 뿌리는 코로나19 예방치료물질 'GBP540'와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후보 'GBP550'도 연구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경우 이에 맞설 백신을 100일 안에 개발해 6개월 내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에스티팜이나 유바이오로직스 등 일부 국내 바이오기업도 범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섰다. 특히 유바이오로직스는 우한주와 오미크론 변이주를 혼합한 범용 백신을 대상으로 현재 자체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범용 백신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 시간 등이 만만치 않다 보니 정부 지원 없이 기업 혼자 개발하는 것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정부도 미래 새로운 유행에 대비해 범용 백신 등 개발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2022년 8월 보건복지부는 임시국회에서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검체 분석 지원 등 관련 연구개발(R&D) 자금을 범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jjs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