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올해는 좀 낫겠죠?"…자영업자들 연말 송년회 되살아나길
직장인 상권 중심으로 연말 분위기…2차 집들도 활기
상권별 온도차 "코로나때보다 힘들어" 호소도
- 조현기 기자, 유민주 기자, 김도엽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김도엽 기자 = "그래도 올해는 조금 낫네요"
'힙지로'라고 불리며 MZ 직장인들이 몰리는 을지로에서 해산물 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했던 지난해 겨울에는 연말연초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실제 을지로 곳곳에는 가게 앞에서 대기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며칠 전 을지로의 한 매운탕집을 방문했던 고모씨(35·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정말 오랜만에 송년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웃었다.
1차뿐만 아니라 2차를 가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노가리집이나 호프집에도 2차를 온 직장인들이 500㎖ 생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 "위하여" 등을 외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청계천을 마주 보고 건너편인 종각에도 삼겹살집과 선술집(이자카야)에도 사람들이 북적였다. 종각 젊음의거리에서 최근 결혼식 청첩장 모임을 잡았던 김모씨는 "예약 잡기가 어려웠다"며 "확실히 코로나가 좀 풀리고 연말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건너편인 노량진에도 송년회 분위기가 묻어났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한 사장님은 "송년회를 하러 온 직장인들이 좀 늘어난 것 같다"며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지난주 이곳을 방문했던 직장인 김모씨(30·남)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 놀랐다"며 "오후 5시30분 갔더니 회 뜨는 데만 40분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송년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상권도 있었지만, 연말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권도 있었다. 특히 이태원 참사와 청와대 이전 등의 영향으로 경복궁역 상권은 이전과 달리 조용하다. 이곳은 정부서울청사, 서울경찰청 등 공무원 조직과 청와대 등 공무원들이 많이 찾는다.
경복궁역 1번·2번 출구 앞 먹자골목(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서 삼겹살 장사를 하는 사장님은 "대통령실도 옮겨가고 이태원 참사 이후 공무원들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 같다.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요 상권은 공직에 있는 분들 상대로 하는 상권"이라며 "코로나 2년에 이어 올해까지 좀 연말 분위기 느끼게 좀 해주이소"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드타운 일대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북의 경전철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일대 수유동 번화가에도 경복궁 상권과 비슷했다. 가오리역에서부터 아파트 및 주택 밀집 지역까지 이어진 먹자골목에서 만난 한 보쌈집 사장님은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안 된다"며 "연말 특수를 기대했는데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근처 치킨집 사장님은 "솔직히 월드컵 특수를 봐서 다른 곳보단 좀 나았다. 코로나 때보다 10~20% 올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만 "우리 가게처럼 월드컵 특수를 보지 않은 가게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며 "이 라인에서 반 정도는 문을 닫은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
choh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