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도 멈출판"…화물연대 파업 닷새째, 주유소 재고 '바닥'
정유사 조합원 파업 대거 참여…주유소 "휘발유·경유 하루치 남아"
사재기 움직임도…경찰·소방·구청 차량 운행 차질 우려도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휘발유, 경유 모두 하루치밖에 안 남았어요"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 목소리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이 주유소엔 기름 탱크를 채울 수송 차량이 며칠째 들어오지 않았다.
김씨는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재고가 바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체 수송 차량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내일부터 주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곳곳 주유소 재고 부족 사태 속출
화물연대 총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주유소 '기름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총파업과 달리 정유사 차량을 운행하는 조합원이 파업에 대거 동참하면서 주유소에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일반 시민들은 물론 시내버스도 운행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 주유소에선 재고 부족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됐다. 서울의 한 주유소 사장 이 모 씨는 "일주일 전부터 기름 수송 차량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휘발유는 2일, 경유는 5일치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 사재기 움직임도 감지된다. 광진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오늘 오전에 20여명이 다녀갔는데 모두 기름을 가득 채워간 손님들"이라며 "35년간 영업하면서 주유소에 기름이 부족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에는 탱크로리(유조차) 기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저조했던 반면 현재 4대 정유사(SK·GS·S-OIL·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
◇전례없는 '기름대란'에 관공서 불똥 우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과 관공서 차량 운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유소마다 운수업체, 구청 등과 장기 계약을 맺고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어서다.
서울의 한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마다 자체 주유 탱크가 있고 파업 전 재고를 충분히 비축했기 때문에 약 한 달 정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설비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서울 외 지역 소방서에 연료 부족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마을버스 운수업체 관계자는 "주유소에 기름이 부족한 상황은 운수업체가 대비를 할 방법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버스를 운행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기름이 떨어져서 버스가 멈추면 사중고, 오중고가 겹친다"고 하소연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제도 개악 저지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6월 총파업 이후 5개월 만이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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