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예산 1.5조원 미니부처 여가부, 개편하면 34조원으로"
[인터뷰]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 장관보다 많은 일 할 것"
"여가부 업무 중요하지만…지금 형태로 기능 강화는 불가능"
- 윤다정 기자,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전준우 기자 =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이 장관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만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이제 (여가부의) 1조5000억원 예산에 33조원의 예산을 가지고 본부를 꾸려 가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여야는 지난 2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여가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협의체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5개월만에 세상에 나온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정식 논의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정부 출범 6개월이 넘었지 않나. 연말에서 연초까지는 논의가 끝나고 (국회) 통과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 업무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될 경우 해당 업무와 관련한 33조원가량의 복지부 예산이 기존 여가부 예산 1조5000억원에 더해지는 셈이 되므로, 더 커진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여성의 전 생애주기에 맞춘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수차례 부처의 '기능'과 '집행 체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이 정책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느낄 수 있도록 전담 공무원 등의 정책 집행 체계가 잘 짜인 복지부, 고용부 등으로 여가부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우리나라 부처는 전부 기능 중심인데 여가부만이 대상 중심이다. 저희는 협업해야 하는 부처로,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다른 부처에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며 "여가부 공무원들에게 (폐지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가부의 업무 자체는 중요하지만 현 형태로는 기능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가 일하고 나서의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의 경우 복지부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용부의 고용청과 같은 집행의 하부공공전달체계가 없다"며 "여가부는 기능 중심 부처에 가서 대상 중심 본부로 남아 복지부가 가진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사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지 후 업무 이관 시 정책 대상자에 대한 수혜와 종사자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운영하는 쉼터 청소년은 3500원짜리 밥을 먹는데, 복지부 지역아동센터와 아동복지시설에서는 7000원짜리 밥을 먹인다"며 "그런 걸 볼 때마다 (복지부로) 꼭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든다"고 말했다.
또한 "쉼터에서 일하는 분들의 월급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보다 적은데, 그 분들에게 좀 더 좋은 업무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새로 뭔가를 만들면 초기에는 조정 기간 같은 게 있겠지만, 좋은 점이 10가지라면 나쁜 점은 두세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막상 본부를 만들고 나니 국민이 느끼는 양성평등에 대한 체감도 더 크고, 젠더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여성가족 공무원들이 전달 체계를 잘 활용해 업무를 전보다 수월하게 하게 된다면, 저는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한 장관이 아닐까 한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정리했다.
◇ "정부조직 개편안, 연말·연초까지 논의 마무리 기대"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제(24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와 함께 여야가 협의체를 가동해 정부조직 개편안을 논의하기로 통과가 됐다.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행정안전위원회 간사가 양쪽 다 3+3으로 들어간다고 돼 있다. 이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거라고 본다. 언제까지 논의한다는 것은 적시가 안 됐지만 정부조직법에 대해 굉장히 오래 논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 출범 6개월이 넘었지 않나. 연말에서 연초까지는 논의가 끝나고 통과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개편을 하지만 효과적이었던 적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왜 여가부를 폐지해야 하는지.
▶우리나라 부처는 전부 기능 중심인데 여가부만이 대상 중심이다. 저희는 협업해야 하는 부처인 것이다.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다른 부처에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저는 여가부 공무원들에게 (폐지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가부의 업무 자체는 중요하지만 현 형태로는 기능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가 일하고 나서의 경험이다.
특히 여가부의 경우 복지부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 고용부의 고용청과 같은 집행의 하부공공전달체계가 없다. 복지부의 경우 행정복지센터가 동마다 다 있고,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에게 (업무를) 내리지만 여가부는 전담 공무원이 없다. 저희가 이번에 내놓은 청소년 자살·자해 예방 정책의 경우 청소년 안전망이 지자체에 잘 깔려 있으면 쭉 내릴 수 있는 데 그런 것이 어렵다.
일을 하면 협업이 힘들고 정책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현장에 많이 다녀 보면 열심히 일하는데 총화가 돼서 나타나지 않는다. (업무가) 분절돼 있어서 정책 효과를 내기도 어렵게 돼 있다. 그런 관점에서 (조직개편에) 접근했다고 보면 된다. 여가부는 기능 중심 부처에 가서 대상 중심 본부로 남아 복지부가 가진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사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처의 위상이 장관에서 차관급 본부로 떨어지는데 기능 강화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여가부 조직을 그대로 본부로 만든다고 기능이 강화되겠는가. 복지부 조직도 재구조화해야 기능적 유기성이 더 커지지 않을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이제 1조5000억원의 예산에 33조원의 예산을 가지고 본부를 꾸려 가는 것이다. 왜 3차관으로 두지 않았겠나. 본부로 만든 이유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지라는 뜻이다.
복지부 장관 업무가 많아 (기존 여가부 업무가) 잘 안 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지금 복지부 장관이 아이디어를 보태는 형편이지 그렇게 관심이 없지 않다. 복지부 장관도 양성평등 개념을 강화하도록 신경쓸 테고, 복지부 장관과 여가부 장관이 협업하는 것보다는 본부장과 협업하는 편이 같은 부처라 더 유기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재구조화를 생각했으므로 본부를 둔 것이다. 보육, 영·유아, 아동, 청소년, 노인 등 대상끼리 합쳐서 생애주기를 만들면서 본부가 됐다.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조직 논리와 복지부의 다른 업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여가부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한다면 정책 대상자 수혜나 종사자 처우가 상향될 수 있을지.
▶(조정이) 훨씬 빠를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이야기하기도 쉽다. 쉼터에서 일하는 분들의 월급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보다 적은데, 그 분들에게 좀 더 좋은 업무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또 여가부가 운영하는 쉼터 청소년은 3500원짜리 밥을 먹는데, 복지부 지역아동센터와 아동복지시설에서는 7000원짜리 밥을 먹인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복지부로) 꼭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든다. 새로 뭔가를 만들면 초기에는 조정 기간 같은 게 있겠지만, 좋은 점이 10가지라면 나쁜 점은 두세 가지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 "尹정부 마무리 즈음 '양성평등본부' 평가 토대 생길 것"
-독립된 부처가 있어야만 정권이 바뀌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관은 대통령실의 국정과제를 잘 챙기는 것이 맞고, 이에 더해 자신의 관심사와 부처 업무를 열심히 돌봐야 한다. 그렇게 도식적으로 볼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의 역할은 중요하고, 부처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통과시켜 우리가 생각하는 본부가 출범한다면 나중에 어떤 업적이 있는지 평가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 정부 마지막에 가면 평가의 토대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이 장관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33조원의 예산을 활용할 수 있고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일할 수 있는 토대가 있는 상태에서 (복지부에) 들어가는 것이다. 누굴 보낼지는 대통령의 결정이지만 다른 부처의 장관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러 가는 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법이 통과가 된 다음의 이야기이지만, 아주 좋은 분이 가시면 좋겠다.
-구조적 성차별의 해소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해서 꼭 전담 부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보면 복지부와 (양성평등 기구를) 믹스한 경우가 가장 많고 스웨덴의 경우 고용부 밑에 있다. 이런 국가가 다 성차별이 해소되어 그런 식으로 기구를 둔 것은 아니다.
성 격차지수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활동이다. 특히 경제활동의 경우, 예를 들어 제가 새일센터 일을 여기서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반도체·소프트웨어 직군을 넣으려면 그런 여성이 새일센터에 와야 하고 그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의 협조 없이는 안 된다.
만일 법이 통과된다면 제 역할이 또 있는데, 저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실제 집행 기능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가부 기능 강화'는 빈말은 아니다. 양성평등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가 또다른 라운드다. 직제를 어떻게 만들고 양성평등국을 어떤 체계로 놓을 것인지 완성하는 그림이 또 하나의 퍼즐이 될 것이다.
◇ "달라진 폭력 형태·신종 범죄에 신속 대응체계 구축이 중요"
-여가부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사단법인 '노동희망'을 비롯해 경상보조사업, 지자체보조사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얼마나 진행 중이고 결과는 언제쯤 나오는지.
▶노동희망이 하는 양성평등 사업은 현장 점검을 6월과 9월에 두 번 했고 10월28일에는 서면 점검도 했다. 올해 저희가 사업평가랑 회계평가를 12월12일까지 하게 돼 있는데, 전체적으로 저희 부가 보조금이 좀 많다. 투명하게 관리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올해 전체 조사를 해서 일차적 정리를 한 상태다.
문제가 된 가족소통참여 공모 사업은 모든 단체에 대해 11월 현장점검 중이라고 보고를 들었다. 공무원들이 보조금법 따라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여가부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자치단체까지 나가는 보조금 전수 조사를 올해 안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보조금은 국민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투명하게 관리돼야 마땅하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과 관련, 여가부가 '건강가정'이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현행 유지' 의견을 낸 데 대해 논란이 있었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향적 포용이 필요하지는 않을지.
▶여가부 가족센터는 사실혼 가정을 다 지원 중이다. 여가부가 관장하는 사업에서는 모두 지원하고 있다. 저희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실질적인 지원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쟁에 들어가지 않으려 애쓰고 실용적 관점에서 두텁게 보호하자는 게 제 철학이다. 이 안은 논쟁적 부분이 많아 지난 정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통과가 안 됐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은 큰 실익이 없고,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민법이 개정되면 하위법이 다 개정될 것으로 본다. 프랑스 같은 경우 가장 상위법인 민법이 개정됐다.
-제3회 '여성폭력 추방주간'이 시작됐다. 국민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여성폭력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도 '여성폭력은 근절돼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피해자 중심주의'로 가겠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사회가 바뀌면서 폭력의 형태도 바뀌고, 신종 범죄가 많은데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도 제정된 상태이고, 포괄적 여성폭력 통계를 새로 구축하려 한다.
그리고 스토킹피해자 보호법 제정안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넣었다. 다음에는 성범죄자가 취업명령을 위반했을 때 벌칙 조항을 신설하려고도 하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와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금지 의무가 도입됐으나 성희롱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법으로 만들고자 한다. 법 내용 안에 근무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를 주는 방안도 반영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다.
-업무에 대한 의욕이 강한데,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될 경우 마지막 장관이 된다. 소회가 있다면.
▶할 일이 많다. 공무원들이 청소년 업무를 확장하는 데 열심인데, 과장 한 분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여가부 기능은 기능대로 강화하고 있다. 업무를 이관하더라도 강화해서 보내면 좋기 때문이다.
장관직 제안이 왔을 때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대통령께 왜 가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르고, 들어가서 일해 봐야 부처의 한계가 어디까지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안다"고 하셨다. 그래서 폐지에 대해서도 제 의견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막상 본부를 만들고 나니 국민이 느끼는 양성평등에 대한 체감도 더 크고, 젠더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여성가족 공무원들이 전달 체계를 잘 활용해 업무를 전보다 수월하게 하게 된다면, 저는 역할을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한 장관이 아닐까 한다.
(대담= 권형진 사회정책부장, 정리= 전준우·윤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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