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금지 첫날 "친환경 봉투마저 없는 곳도…계도기간 버틸 것"

편의점 일회용 봉투 "발주도 안돼" 친환경 봉투로 대체
영세업자들 불만 토로…"인건비 올라 컵 관리할 여력 없어"

환경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편의점·카페·식당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 품목 확대가 24일 시행됐다. 2022.11.24./뉴스1 ⓒ News1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손승환 기자 = "일회용 봉투는 오늘 10시부터 아예 발주 버튼이 없어졌어요. 대신 친환경 봉투(생분해성 플라스틱 재질)는 아직 괜찮아서 이거로 대신합니다."(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주)

편의점·카페·식당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 제한 첫날인 24일 편의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업소 등에서는 비교적 빠른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는 여전히 곳곳에서 혼선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일회용 봉투 대신 친환경 봉투…"불편하지만 환경 위해서라면"

이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는 기존에 판매하던 50원짜리 일회용 봉투를 판매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봉투'를 1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점주 이모씨(60)는 "정책 발표된 다음부터 일회용 봉투는 발주가 안 됐다"며 "손님들이 봉투를 안 사고 손에 안고 가거나 가방에 넣어가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다만 친환경봉투는 크기가 작고, 더 큰 종량제 봉투는 비싸니까 가끔 화내거나 성질 부리고 가는 손님들도 있기는 하다"면서도 "당장은 좀 불편하긴 해도 환경 위하는 정책이니 자리잡으면 또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아현동에 위치한 다른 편의점주인 40대 남성 조모씨는 "사실 이미 구매해둔 일회용봉투도 두어박스 있는데 1년 계도기간 있다지만 안 쓰려고 다 집으로 보내버렸다"며 "어차피 포스기에서도 판매버튼이 없어졌기도 했고, 손님들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안 쓰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말에 맥주 픽업이 많은 편인데, 종이봉투에 담아서 배달할 때 젖어서 찢어지면 어쩌나 좀 우려되는 점은 있다"며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담든지, 대책을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일회용 봉투는 물론 친환경 봉투도 아예 비치하지 않는 곳들도 있었다. 한 대기업 유통사 계열 편의점에서는 카운터 중간에 '일회용 비닐봉투 전면 사용 금지' 스티커를 붙여놓고 봉투를 달라고 하는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는 "점주에게 (손님들이 비닐봉투 요구할 경우) 사용금지 표시를 보여드리라고 교육받았다"며 "친환경 봉투도 따로 없고 종이봉투(490원)만 있다"고 밝혔다.

1일 경기 고양시의 한 편의점에 '일회용 봉투 판매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환경부는 이날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시행 세부방안' 브리핑을 통해 오는 24일부터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금지, 식당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환경부가 1년간의 계도기간을 설정하기로 하면서 적발 시 과태료 부과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2022.1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영세업자들 "여력 안된다…유예기간 동안 버텨볼 것" 하소연

다만 개인 식당이나 테이크아웃 중·소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여전히 일회용 봉투 및 종이컵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식당 문열 준비를 하고 있던 서울 서초구의 한 고깃집 사장인 B씨는 "식당에 별도로 컵을 두지 않고 손님들에겐 종이컵을 쓰시도록 하고 있는데 아직 바꿀 생각은 없다"며 "요즘 인건비도 많이 올라 힘든데 도저히 따로 컵을 두고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포장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저가 커피 체인점에서도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 캐리어를 제공 중이었다.

매장 아르바이트생 D씨(23)는 "오늘부터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투 판매·제공) 금지인지 몰랐고, 따로 본사나 점주한테 전달받은 내용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체인점을 운영하는 조모씨(52)도 "본사 차원에서 지침도 내려왔고 오늘부터 금지인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1년간 계도기간이니 일단 발주 넣은 것까지는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투) 비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솔직히 우리같이 저렴하게 커피 한 잔에 1500원, 2000원에 파는 업장 입장에서는 아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1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나가는 손님도 정말 많은데, 커피 아주 조금 남았을 때 테이크아웃 잔에 다시 주고 빨대 새거 주고 하려면 단가도 안맞고, 바쁜 피크 시간에는 옮겨 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정말 곤란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시민들도 "일괄 금지 이해 안돼" vs "유예주니 오락가락" 갈려

일반 시민들 역시 친환경을 목표로 시행된 이번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갈렸다.

직장인 김진수씨(27)는 "일회용 비닐봉투는 몰라도 생분해성 친환경 봉투는 사용 가능하게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종이 봉투도 만들거나 소각할 때 환경오염되고 탄소배출 있는데 더 친환경이라고 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김석훈씨(27)도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가는 편의점 같은 곳까지 정부가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불편도 크고 반발이 크지 않겠냐"며 "마트 같은 경우엔 가방을 대여해주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주는데, 그렇게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문화를 만드는 유인책도 필요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강남구에 거주하는 신소은씨(30)는 "개인적으로 환경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정부에서 유예기간을 두지 말고 강력하게 시행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유예기간을 두는 건 사람들 인식을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Kri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