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골 넣으면 소주1병 공짜"…월드컵 특수에 자영업자 모처럼 활기

알바생 늘리고, 연장 영업 준비…'치킨 특수' 기대감
주점·배달전문점 등 기대 커…배달 노조 파업 '걱정'

2022.4.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아르바이트를 더 쓰고 연장 영업을 할 생각이에요" "빔프로젝트 설치하고 월드컵 이벤트(행사)도 계획 중입니다"

카타르월드컵 막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표정에 모처럼 웃음이 묻어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팀의 경기 시간대가 술자리가 진행 중이거나 야식시켜 먹기 좋은 밤 10~12시인데다가 길거리 응원도 불가능해서다.

특히 치킨 가게 사장님들은 배달 폭주를 미리 대비하고 나섰다. 지난 월드컵에서도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출이 2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치킨집 사장 김모씨(42)는 지난 월드컵 당시 주문 폭주로 배달 시간이 2시간에 달하면서 고객들의 원성이 컸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이번엔 한국 경기가 있는 날과 빅매치 때 위주로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인근에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박모씨(47·여) 역시 지난 월드컵 때 밀려드는 주문을 결국 소화 다 못하고 장사를 중단한 쓰린 경험이 있다. 박 씨는 "이번엔 재료를 미리 많이 주문해 놓고, 주요 메뉴로만 주문받아서 최대한 많이 팔아볼 생각"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아예 연장 영업을 선택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거리 응원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여럿이 응원할 수 있는 대형 주점 등으로 더 많은 시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작구에서 호프를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특별한 이유 없으면 자정에 문을 닫지만, 이번 월드컵 기간이라도 2시까지 영업하기로 아르바이트생들과 합의했다. 이씨는 "거리 응원도 없다고 하니 직장인들이 많이 몰리길 바랄 뿐"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의도 식당 사장 이모(43) 역시 "밤 11시가 되면 마지막 주문을 받았다"며 "축구 경기할 땐 TV 보러 오는 단체 손님들이 꽤 있어서 이번 주부턴 연장 영업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영등포구 번화가에 위치한 호프집 사장 최모씨(38)는 스포츠 경기 때 TV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얼마 전에 빔프로젝터를 새로 설치했다. 이씨는 "월드컵까지 노린 건데 효과가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영등포구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한 골을 넣을 때마다 술 한병 정도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긴다면 조금 손해봐도 기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었던 자영업자들은 월드컵 이벤트가 단비처럼 느껴진다. 호프집 사장 최씨는 "연말이 가까워지는데도 회식도 늘어날 기미가 안 보여서 불황이 왔구나 싶었다"며 "월드컵으로 반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당일에 맞춰 배달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려도 없진 않다.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조로 이뤄진 '쿠팡이츠 공동교섭단'은 오는 24일부터 집중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본 배달료 인상과 거리할증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치킨집 사장 김씨는 "안 그래도 월드컵 때면 배달이 늦어진다며 항의를 많이 받는데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참여 인원이 소수라서 대란은 없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린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월드컵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2018.6.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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