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은 14년째 동결인데…대학원생·유학생은 등록금 올라 "박탈감"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 왔는데"…학부생 안내는 입학금도 내야
외국인유학생 알바로 학비 마련…"등록금 동결되면 학업 집중"
- 박기현 기자,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현 원태성 기자 = 한 학기 606만원.
서울의 한 사립대학 대학원을 다니는 김모씨(25)가 내는 등록금이다. 김씨가 재학 중인 대학원 등록금은 8년 전보다 약 12.4% 인상됐다.
반면 같은 대학 학부생 등록금은 이 기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김씨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왔는데 장학금 조차 넉넉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 학부생 등록금은 사실상 14년째 거의 동결된 상태다.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마당에 등록금은 제자리여서 저절로 '반값 등록금'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은 동결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 때문에 등록금 동결로 인한 사립대학의 재정위기가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에게 전가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한국인 학부생만 14년째 동결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의 1년 평균 등록금은 2020년 748만원, 2021년 749만원, 2022년 752만원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은 꾸준히 올랐다. 중앙대는 2017년부터 계속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해 현재 한국 학생보다 23.8% 많다.
'반값 등록금'을 실현했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립대는 올해 외국인 유학생만 등록금을 100% 인상했다. 성균관대도 2017학년도부터 외국인 유학생 수업료를 매년 5% 올려 현재 한국인 학부생보다 34% 더 낸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중국 국적 유학생 지모씨(21)는 방학에는 일주일 내내, 학기 중에는 주3일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있다. 지씨는 "한국 학생들처럼 등록금이 오르지 않았더라면 학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학원도 다르지 않다. 최근 6년간 대학원생 등록금 인상률은 중앙대 8.2%, 한양대 6.9~8.0%이다.
게다가 사립대 학부생 입학금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돼 현재 전면 폐지됐지만 대학원생은 아직도 입학금을 내야 한다.
◇ "학부생 등록금 3년 물가상승률 평균보다 낮아야"
고등교육법 11조에 따르면 대학은 등록금을 3년 물가상승률 평균보다 높게 올릴 수 없다. 그러나 아예 동결하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준다. 따라서 등록금을 조금 올리느니 정부 지원을 기대하며 아예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립대학이 14년째 등록금 동결에 동참한 이유다.
대학원생 등록금도 학부생과 마찬가지로 3년 물가상승률 평균 범위 안에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학부처럼 동결한다고 해서 정부 지원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가 연동 규제마저 없다. 실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물가 상한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많이 올려도 정부재정지원상의 불이익이 없다는 교육부의 2016년 방침 때문에 2017년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학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지원을 충분히 해주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사립대가 대학원생과 유학생을 재정 확충의 타겟으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 지원 확대해야" vs "학부생 등록금 올려야"
한국 학부생은 등록금이 억제되는 반면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이 오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김민정 전국대학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학이 재정적 한계 상황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학부생들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 인상도 규제하는 대신 정부 재정 지원을 충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반대로 대학원생이나 외국인유학생처럼 학부생의 등록금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황인성 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총장은 "사립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대학원생이나 외국인 유학생처럼 학부생도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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