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가놓고" 이태원 참사마저 돈벌이에…혐한 日 유튜버의 막말

한국 태생 일본 국적 취득…구독자 40만 유튜버
'자기 탓' 일본 정서 기대…"참사 이용 비즈니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혐한 유튜브 채널 WWUK TV의 WWUK. 왼쪽으로 저서 '한국인인 내가 반일 세뇌에서 해방된 이유'와 '친일 한국인인데 왜요?'가, 오른쪽으로는 일본국기와 욱일기가 놓여 있다.(출처 WWUK TV 유튜브 채널)ⓒ 뉴스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한국 태생으로 일본 국적을 취득한 혐한 성향 유튜버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유튜버는 "위안부=매춘부" "조선인은 DNA부터 글러 먹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꾸준히 생산해 언론에 수차례 언급된 바 있다.

◇ "자발적으로 간 것"…'자기 탓' 일본 정서 편승해 희생자 책임 추궁

1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유튜버 WWUK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3일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믿기 힘든 한국의 대응 & 점점 밝혀지는 여러 가지 사실' 영상을 올렸다. 배경 속 검은 소파에는 일본국기와 욱일기가 나란히 나온다.

영상에서 WWUK는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주최자가 없었다는 점을 들며 "딱히 초대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각자 자발적으로 그 장소에 갔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그 장소에 계속 있었다"며 "자기책임을 논하는 것은 가혹한 얘기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사고에 관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사고 책임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희생자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에는 국가의 책임을 거론하기 전에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특유의 사고방식이 있다"며 "예를 들어 위험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납치되면 국가가 구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곳으로 여행간 개인의 책임이라는 논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WWUK의 콘텐츠가 일본인의 그같은 정서에 편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WWUK는 희생자를 탓하는 한국 일부 누리꾼의 댓글에 대해 "자국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이렇게 목숨을 경시하는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아 평소 한국이 일본을 대하는 언동은 결코 반일감정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다고 생각합니다"고 혐한 논리에 응용했다. 해당 영상은 "민도를 운운하기 이전의 문제이며 솔직히 이쯤 되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끝난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이를 두고 유튜브라는 공개 플랫폼을 통한 '신종 혐한 세력'의 등장이라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기존 우익이 TV 등 미디어로 혐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라면서 "'신종 혐한 세력'은 귀화한 한국인 등으로 구성되며 한국에서 한국인들끼리 갖던 불만, 혐오를 일본으로 가져와 혐한 논리에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이번 참사의 다양한 책임 소재와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해당 영상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혼란이고 아비규환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 참사까지 돈벌이 수단으로…악덕 혐한 비즈니스 활개

문제는 무려 156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마저 혐한 유튜버의 돈벌이 소재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WWUK TV는 구독자가 39만8000명에 달한다. WWUK TV의 '시사문제' 카테고리(범주)에는 '한국이 일본 없이는 절대 국가 존립 할 수 없는 이유' '원래 한국인이었던 나도 경악하는 한국의 반일 교육 현상' 등 혐한 영상이 405건이 게재돼 있다. WWUK는 자신이 2019년 일본 정부에 귀화를 신청해 2021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영상에서 밝힌 바 있다.

WWUK가 출간한 저서 2권 중 2019년에 나온 '한국인인 내가 반일 세뇌에서 해방된 이유'는 출고도 되기 전 일본 아마존 신간예약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듬해 낸 '친일 한국인인데 왜요?'라는 책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관한 진실이나 시사문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WWUK TV에선 '슈퍼 땡스'(Super Thanks)와 '슈퍼챗'(Super chat)으로 이용자의 후원 내역을 볼 수 있다. 유튜브 구독자와 콘텐츠, 저서 등을 통한 혐한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돌리고 이를 콘텐츠 소재로 이용한 것을 두고 호사카 교수와 이 교수는 "참사를 이용한 비즈니스"라는 공통된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모욕하는 게시물의 수사에 착수했지만 외국인 유튜버를 처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필요성과 상당성이 갖춰지면 우리 형법상 수사에 나설 순 있다"면서도 "행위주의 법률에 따라 해당 국가에서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처벌하지 못하도록 예외를 두고 있어 (처벌 가능성을) 속단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