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 근무는 기본" "서울 확진자 부산에"…간호사 77% "아파도 출근"
인권위, 감염병 위기상황 간호사 인권실태 결과 발표 및 토론회
"간호사 심리적 취약…지원시스템 만들고 환자 수 법제화해야"
- 김규빈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남해인 기자 = "코로나 환자들은 죽어나가고 있고 분만이 임박해 진통이 온 임신부는 받아주는 병원이 없고. 서울 사는 확진자가 치료 받으러 울산, 부산에 가기도 하구요. 그런 걸 보고 죄책감이 들었어요."(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한 A간호사)
"주말에 계속 일해 18일 연속 출근한 적이 있어요. 2020년 2월 이후부터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은 주6일 아니면 주7일 일했어요."(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한 B간호사)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 대다수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을 뿐 아니라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8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감염병 위기상황에서의 간호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권위는 앞서 6월부터 약 한달 간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참여한 간호사 1016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간호사 30명의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 1016명 중 598명(58.9%)은 규정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고 682명(67.1%)은 환자의 폭언·폭행을 경험했다. 785명(77.3%)은 최근 12개월 동안 몸이 아픈데도 출근해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업무 수행 후 질병이 생기거나 정신건강 문제에 노출된 간호사도 많았다. 응답자들은 △팀원이나 동료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 △고립된 생활로 인한 우울감 △간호사 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 △확진자의 의료적 요구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 등을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대응 업무에서 힘들었던 것으로는 '자주 변경되는 업무시스템'이 가장 많이 꼽혔고 '코로나19 관련 업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환자 및 보호자의 민원' '환자의 격리 비협조' '정보 및 소통의 부족' '일방적 업무 투입'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업무를 가장 많이 했다고 생각한 1개월을 기준으로 퇴근 후 소셜미디어, 전화 등을 통한 업무 수행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약 30%가 퇴근 후에도 업무를 지속했다고 답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강경화 한림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사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그 다음이 극단선택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간호사가 심리적으로 굉장히 취약한 지점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가트라우마센터가 간호사 심리지원시스템, 회복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지현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사무국장은 "간호사 부족 문제의 근본 대책은 내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 등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당 환자 22.6명을 담당하는데 간호사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