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 취직 위해 1500만원 투자…'부트캠프' 문 두드리는 취준생

'실력 우선·고연봉' 매력 느껴 도전…'미래 보장' 환상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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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김동규 기자 = "대기업들은 일단 서류 접수에서 학벌이 좀 필요하더라구요, 그런데 네카라쿠배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일단 실력을 우선 본다고 해서 맞춤형 커리큘럼이 있는 학원을 선택했죠. 6개월에 1500만원이 들어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20대 부트캠프 수강생)

"일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발자들의 수명이 길거 같다고 판단해 서른살이 되기 전에 과감하게 기존 직장을 포기했어요. 이후 6개월간 국비 지원 개발자 프로그램을 수강해 지금 회사에 들어왔습니다."(모 IT회사 개발자 전모씨)

주요 IT기업들이 최근 선망의 기업군으로 떠오르면서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토직야'(당근, 토스, 직방, 야놀자)와 같은 말이 취준생과 이직을 꿈꾸는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학력·스펙을 보지 않고 실력을 위주로 보는 대형 IT회사의 취업을 위해 사설 IT학원에 거금을 들여 등록한다. 이런 사설 코딩 집중 교육 학원은 단기간에 고강도 집중 훈련을 한다고 해서 부트캠프(신병훈련소)라고 불린다. 고가이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실무 투입을 위한 지름길로 알려져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지만 부트캠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비전공자의 새로운 시각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반면 4년간 대학에서 IT를 전공한 사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실력이 모자란다면 금방 도태된다는 현실적인 충고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개발자 10년 새 2.4배 증가...사설 학원도 '성황'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프로그래밍(개발) 관련업 종사자는 지난 2010년 4만4518명에서 2020년 10만7612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IT전공자들이 많이 지웠했지만, 현재는 비전공자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이에 비전공자들을 위한 사설 학원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IT 직군 교육 스타트업인 코드스테이츠에 따르면 작년 이 회사가 운영하는 전체 부트캠프 지원자는 2만4571명으로 2020년 6273명 대비 약 4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엔지니어링, 블록체인, 인공지능 관련 부트캠프 수강생 중 IT비전공자 비중이 75%나 됐다.

이날 서울 시내 주요 부트캠프에서 만난 수강생들은 비싼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꿈꾸며 열심히 코딩을 배우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사설 부트캠프 앞에서 만난 수강생 길모씨(29)는 "전국에 있는 사설 부트캠프는 다 알아보고 들어왔다"며 "비전공자이긴 하지만 네카라쿠배에 입사하고 싶어 수강료가 비싸지만 그 회사를 타깃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길씨는 "비전공자인데 큰 회사를 가고 싶어서 오전 10시부터 밤10시까지 올해 초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며 "코딩 수업을 15주간 듣고, 이후에는 취업 연계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KT(대표이사 구현모)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6월부터 랜선야학 프로그램에 기존의 교과목 외 AI 코딩 수업을 추가로 신설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디지털 학습 역량 격차 해소에 적극 나선다. 랜선야학은 KT와 서울시교육청이 청소년들의 기초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시작한 비대면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KT 제공)2022.6.6/뉴스1

◇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 장단점 비교해 봐야

업계에 따르면 개발자가 되기 위한 커리큘럼 종류는 크게 3가지다. 먼저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K-Digital Training)'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되는 교육은 국비 지원 사업이다. 또 특정 대기업에 취업하길 원하는 취업준비생을 타깃으로 교육하는 사설 부트캠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 사설 부트캠프는 6개월 기준 수강료가 1000만원에서 1500만원에 달한다. 사설 교육 업체들은 보통 소수 정예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경우가 많아 수업료가 비싸다. 카라쿠배와 같은 IT 대기업 맞춤형 교육이 이뤄진다.

국비 지원 교육은 전체 비용 중 90%를 지원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다. 국비 지원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서는 전국 고용노동센터 상담을 통해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을 알아봐야 한다. 국비 지원 프로그램은 거의 무료로 다양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분야를 배우는 만큼 그만큼 취직의 선택 폭도 넓어질 수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은 주로 그 회사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취업 보장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수십명 정도의 소수 인원만을 뽑아 교육하기 때문에 참가 자체가 쉽지 않다.

◇개발자 되기 위한 프로그램, 실제 현장서 도움 되나

기업들은 이같은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수료한 취업준비생들의 지원에 대해 개발 인력 부족 현상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했다.

작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현직 개발자, 취업준비생, 비IT 전공 개발자 등 807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직 개발자 중 70.6%가 비전공자의 개발직 지원을 '환영한다'는 답을 내놨다. 개발인력 부족을 메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많았다. 또 문제 인식과 해결 방법에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환영 이유로 꼽혔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한 대형 IT업체 인사팀 관계자도 "아무래도 비전공자들이 전공자들에 비해 교육 시간에서 한계가 있기는 한데 개인 역량으로 이를 극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국비 지원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올해 초 한 중견 IT기업에 취직한 전모씨(30)는 "검증된 지원자들을 프로그램과 연계해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팀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전공자의 개발 직군 진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직무에 대한 진정성 없이 처우만 보고 지원하는 것' '전공자와의 프로젝트 수행력 차이'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IT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부트캠프 출신과 전공자 사이에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고도의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개발 인력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전공 여부보다는 실력이 좌우한다"며 "인력 수요가 많기 때문에 취업이 잘될수는 있지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고 조언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