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24시간, 이젠 10시까지만"…맛집들도 24시간 영업 포기 속출

코로나19에 인건비·물가 급등 영향…심야·새벽 영업 오히려 손해

서울 홍대거리의 한 음식점 입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남해인 기자 = "이제는 10시까지만 해요"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앞에서 24시간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사장님 A씨가 24시간 영업을 묻자 되돌아온 말이다.

A씨는 "코로나 전에는 24시간 영업했는데, 이제는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만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영업시간을 단축한) 가장 큰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때부터 우리 너무 힘들었고, 인건비 자체도 너무 많이 올랐다"며 "10시까지 식사하시려면 9시에는 와서 주문하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24시간 식당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손님은 줄었는데 인건비와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문을 열고 영업을 해도 남는 게 없다보니 한밤 장사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동국대 앞 설렁탕집뿐만 아니라 그동안 24시간 영업을 했던 식당들이 더 이상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판에는 여전히 '24시간' 문구가 남아있지만 실제로는 밤 10시까지만 영업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면서 2~3차 손님들을 받거나 야간에 출출한 배를 채워주던 국밥·감자탕·분식집 등에서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맛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대구에서 유명한 순댓국집을 방문했던 강 모 씨는 "고향 내려가면 그 집에서 밤새도록 친구들이랑 달리곤 했다"며 "최근에 친구들과 한창 달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영업시간이 변경됐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 식당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 News1 신웅수 기자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한 이유는 '코로나19'와 '야간 영업의 이윤 감소' 때문이다. 이전에는 밤 장사의 이윤이 쏠쏠했다. 하지만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물가 영향으로 밤 장사가 길어질수록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이 겹치면서 많은 식당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했다. 또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고령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잠실 쪽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사장님 B씨는 "코로나19 이후에 밤 손님이 예전 같진 않다"며 "9시 반까지만 영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흑석동 중대 인근에서 24시간 영업을 했던 한 사장님은 "요즘에는 24시간 영업하지 않는다"며 "인건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창동에서도 최근 24시간 영업을 포기한 한 사장님은 "솔직히 돈을 버는 것도 좋은데 내가 이제 체력이 달린다"며 "밤새우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촉발이 되긴 했지만, 인건비도 너무 많이 오르고 물가도 오른 상황에서 앞으로도 24시간 운영했던 식당 중에서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곳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예전과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