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친형, 은둔형 외톨이…쓰레기집서 생명 위태" 동생의 눈물

쓰레기로 가득 찬 형의 집. ('보배드림'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7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30대 친형의 몸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동생의 호소가 전해졌다.

동생 A씨는 지난 19일 커뮤니티를 통해 사연을 전했다. 늦둥이로 친형(36)과 나이 차이가 꽤 난다고 밝힌 A씨는 "형이 만 7년째 서울의 한 고시원 꼭대기 층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글에 따르면 형은 자의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A씨와 가족이 그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생활비를 장기간 끊어보기도 하고, 경찰이나 구급차를 대동해서 가보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머니가 며칠간 문앞에서 울면서 빌다가 경찰에게 끌려 나오기도 하고, 고시원 사장을 통해 방을 비워야 한다고 말하거나 종교에 기대어 유명한 목사님들을 대동해 설득하는 등 형을 집에서 끌어내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가족들의 노력에도 형은 꼼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은 각종 음식물부터 쓰레기로 가득 차 악취가 났고, A씨와 부모가 직접 찾아가 온종일 치우곤 했다.

매달 한 번씩 지방에 사는 A씨나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가 형의 생사를 확인하곤 했는데, 2년 전부터는 가족들이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족 대신 형의 집을 종종 방문해주던 경찰관은 "상태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는 탓에 A씨와 가족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A씨는 "형은 오히려 저와 부모님을 접근 금지해 달라고 경찰분들께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더라"라며 "(가족의) 모든 연락 수단을 다 차단했고, 어머니와 제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배달음식으로만 7년째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지난 17일, 어머니가 형을 찾아가 문 앞에서 3시간 동안 열어달라고 빈 끝에 안전고리가 잠긴 상태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시 형은 안색이 어둡고 눈썹이나 털을 다 밀었으며 살이 많이 빠져서 앙상한 상태였다으며 "이제 그만 죽을 거다. 그동안 죄송하다. 생활비 줄여도 된다"는 말만 엄마에게 남겼다고 한다.

('보배드림' 갈무리)

A씨는 "형은 음악 전공으로 예중, 예고를 나왔다. 또래보다 심장 쪽이 약해 2년간 고등학교 휴학한 적이 있다"며 "뒤늦게 알았지만 대학교 기숙사에서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한 뒤 자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뒤엔 부모님 댁 방에서만 갇혀 살다가 8년 전에는 우울증으로 정신과병원에 6개월 정도 입원했다"며 "형은 심장이 더 안 좋아져서 퇴원 후 집이나 길에서 혼자 쓰러진 적이 몇 번 있다. 형은 약물 과다 투여라고 주장한다. 형의 요청으로 두 번 정도 병원과 의료소송을 한 뒤 패소해 위약금을 물어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이길 거라곤 생각 안 했다. 형을 위해서 저와 어머니가 유명한 변호사도 고용해주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소송에만 매달려온 형은 패소하고 나서 낙심을 많이 했는지 7년 전에 어머니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현재 형은 심장에 제세동기를 넣어야 하는 상태지만, 은둔한 탓에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다.

끝으로 A씨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형을 빼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센터와 지자체, 대학병원 및 정신병원 등에 문의했는데 빼낼 방법이 마땅치 않더라. 이대론 형이 고시원에서 고독사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마음에 혹시라도 다른 방법이 있을까 해서 글을 올린다.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냐"고 조언을 구했다.

한편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양한 사례를 분석해 심리·정서적 문제, 학교생활 부적응, 입사·취업 실패, 부모와 갈등, 경제적 문제 등을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 작용해 최종적으로 고립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되면서 8개 광역·기초단체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 또는 재활 촉진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에게 상담 등 심리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지만, 이들을 상담장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에 지자체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하면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