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샤워 중 인기척…담벼락 남성, CCTV 꺾고 훔쳐봤다"

담벼락에 올라서서 남의 집 화장실을 훔쳐보는 남성. ('보배드림'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욕실 창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CCTV(내부영상망)를 확인하자 한 남성이 담벼락에 올라 몰래 훔쳐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해 그랬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근 일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겪은 일을 털어놨다.

글에 따르면, 단독 건물 1층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쯤 아이와 둘이서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습기 때문에 화장실 창문은 늘 열려있지만, 혹시라도 맞은편에서 보일까 봐 창틀에 섬유유연제를 가림막 삼아 올려놨다.

또 A씨의 집은 1층이지만 반 계단 올라가야 해서 키가 2m 넘지 않는 이상 밖에서 보기 어렵다.

당시 A씨는 빨래도 함께하던 중 섬유유연제를 넣으려 몸을 일으켰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는 "방충망이 좀 뜯어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바람 때문인 줄 알았다. 전날 비가 많이 오기도 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다시 샤워하던 A씨는 창틀에 놔둔 치약을 꺼내려고 일어났다가 재차 이상한 기운이 들었다.

찝찝한 마음에 창문을 닫고 샤워를 마친 A씨는 아이를 재운 뒤 건물 바깥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가 깜짝 놀랐다.

의문의 남성이 A씨가 거주하는 건물 쪽에 있는 담벼락에 올라서서 창문을 통해 화장실 안쪽을 보고 있었던 것. CCTV 속 남성은 담벼락에 위태롭게 선 채 A씨가 씻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A씨는 "남성은 자기 얼굴이 나오지 않게 CCTV 각도도 바꿔놓고 치밀했다"며 "너무 놀라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건 탓 집에 있기 불안했던 A씨는 가족 집에서 며칠간 머무르다 다시 돌아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술 취해서 그랬다고 한다. 술 핑계 대면 용납되는 이 세상이 미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담벼락은 잘 걸어다니던데 진짜 취했는지 (모르겠다)"며 "집에서 잠을 못 자겠다. 불면증이 생겼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편해야 할 우리 집이 불편해졌다. 계속 CCTV를 확인하게 된다"고 속상해했다.

누리꾼들은 "모른 척하고 뜨거운 물을 뿌렸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 씻는 게 보고 싶은 거냐", "담벼락 올라가다가 미끄러져서 자빠지고 치아 다 부러지게 윤활제 발라놓으면 안 되냐", "너무 소름 돋는다", "저 남성 한두 번이 아닐 듯", "다리 걷어차서 바닥에 넘어뜨리고 싶다" 등 공분했다.

특히 한 누리꾼은 "대학생 때 겪어보고 잡아도 봤는데 방법 없다"며 "창문 안으로 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주거침입죄가 성립 안 되더라. 무슨 벌금 딱지 끊어주듯 5만원 처분이 끝이었다"고 씁쓸한 경험담을 전했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