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세글자 편지에 눈물…우크라 출신 쉐겔 교수 "한마디가 큰 위로"
러시아 동원령에 전쟁 확산 공포 "연대·지지 쓸모없지 않아요"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힘내라'
한 학생이 건네준 A4 용지에는 단 세글자만 써 있었다.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직후였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이 전해달라는 편지였다. 이 학생은 반전시위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경비원 아저씨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쿠라이나에 보내는 응원 메시지 전달자로 이 학생을 선택한 이유다.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지만 현지에 이를 전달했다. 많은 이들이 큰 힘이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지난 23일 만난 쉐겔 교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작은 지지의 말이라도 큰 힘이 된다"며 전쟁 장기화로 지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전쟁 초기 많은 이들이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항의와 시위로는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무력감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쉐겔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지지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어 작은 위로가 더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어느덧 7개월이 넘었다. 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는 1만명이 넘었고 전 국민의 3분의1이 피난길에 오르는 등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려 예비군을 최대 30만명 징집하기로 했다. 서방으로부터 자국 보호를 위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시사해 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곧 다가올 겨울, 더 커지는 고통…한국인들 한마디가 큰 위로"
우크라이나 국민들 대부분은 전쟁이 장기화 될거라는 사실을 예상하지만 이로 인한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쉐겔 교수가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지인들과 연락해 보면 러시아 공세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말을 많이한다"면서도 "나에게는 이 말이 힘든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말처럼 들려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어 "푸틴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부분 동원령을 내린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앞으로 더 큰 범위로 동원령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최근 하르키우등 일부 점령지에서 반격에 나서는 등 러시아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또다시 겨울이 다가오자 상황이 악화될 걱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쉐겔 교수는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거주하는 친구가 마트에서 생필품 가격이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가 다르다고 하더라"며 "전쟁이 길어지다보니 우크라이나 내 공급이 부족해 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는 에너지난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돼 우크라이나인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쟁 장기화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도 쉐겔 교수는 한국인들의 작은 응원이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쉐겔 교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한국인들과 함께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쉐겔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에서 한국인들은 생필품이나 응원 문구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바뀌는게 없어 좌절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들을 포함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응원 물결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목소리가 힘이 된다면 계속 연대할 것"
한국에서는 전쟁 초기에 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쉐겔 교수의 말을 전하자 많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뜻을 내비쳤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4·여)는 "초반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집회도 참석하는 등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 생활도 병행하다보니 소홀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결정을 보고 다시금 전쟁을 상기하게 됐다"며 "우리의 작은 힘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35)도 "전쟁 장기화로 관심이 줄기는 했지만 한국 사람들 대부분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라며 "현지에서 우리의 말이 힘이된다는 소식을 전하면 우리는 언제든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참여연대도 러시아의 부분 동원령 결정으로 다시금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측은 "국제 분쟁을 총괄하기 때문에 전쟁이 길어지면서 활동이 소홀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부분 동원령으로) 전쟁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새로운 활동을 계획하기 위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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