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14년 외도' 40대男 극단선택…"경찰 수사 억울" 글 남겼다
"잘못 저지른 아내가 되레 날 가정폭력·자녀학대범 몰아"
포천경찰서측 "해당 사건 수사 맞지만 회유·겁박 없었다"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40대 남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글이 알려지면서 사건을 담당했던 포천경찰서 게시판이 시끌시끌하다.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6시2분쯤 선단동의 한 창고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아버지와 아내, 아이들에게 남긴 유서 3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내의 외도로 인생이 망가졌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글에서 A씨는 "저는 3명의 자녀를 둔 42세 가장입니다. 아내가 14년간 저 모르게 외도를 지속했다"며 "2021년 12월, 외도남 아내로부터 상간녀 소송을 당해 1500만원이라는 돈을 위자료로 지급했다는 사실을 올해 4월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진행했으나, 해명할 기회를 달라던 아내는 저 몰래 아이들을 학교에서 강제 조퇴시키고 잠적했다"며 "며칠 후 제가 가정 폭력으로 고소당했으니 조사받으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떳떳했지만, 포천경찰서 소속 모 경장이 "아이들과 아내가 돌아오게 하려면 아내가 말한 주장을 받아들여라. 끝까지 인정 안 하면 정말 큰 벌 받고 아이들도 못 보게 된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겁박하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겁이 나 가정폭력을 인정했으나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우연히 첫째 아이를 보게 돼 아이 의사에 따라 집으로 데려왔는데, 일주일 뒤 아내가 저를 아동학대로 고소했다"며 "저 또한 아내를 아동학대로 고소했지만 조사 과정 중 아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내는 단순 외도가 아닌 변태적인 성관계를 즐겼고, 데이트 앱으로 남자들을 만났다"며 "멀쩡한 아이를 오랫동안 특수 아동으로 만들어 그 지원금을 수령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처가와 아내로부터 죽음을 강요받고 있다. 이 글을 보실 때 쯤 전 이미 죽었을 거다. 제 죽음이 헛되지 않길"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현재 A씨의 글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 글을 끝으로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이 분노하며 포천경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동시에 포천경찰서 및 포천경찰서를 관할하는 경기북부경찰청 게시판을 찾아가 항의글을 남겼다. 특히 A씨가 실명을 언급한 수사 담당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죄 없는 아이 아빠 죽인 포천경찰서", "거짓 자백 유도로 사건 해결했다", "○○○ 경장 신상 뿌리겠다", "수사 똑바로 해라", "강압수사로 억울한 사람 만들지 마라" 등의 글을 적었다.
한편 포천경찰서 측은 "변사자(A씨)의 배우자가 가정폭력 고소장을 포천경찰서에 제출해 담당 수사관이 수사를 진행했고, 피해자의 진술과 가정폭력 사실을 인정한 변사자 진술 및 보강증거를 토대로 혐의가 인정돼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에서 변사자에 대한 벌금 처분을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담당 수사관이 겁박이나 회유 등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며 "그 외 아동학대 고소 사건은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여청수사대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알렸다.
또 "근거 없이 담당 수사관이나 유가족을 비방하거나 부적절한 글을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리며, 시민 여러분의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덧붙이며 고인이 된 A씨의 명복을 빌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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