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가 봉이냐"…소각장 신설에 고성 오간 시의회 본회의장
마포 주민들, 시의회 앞 집회…본회의장서 항의도
지역 여야 시의원 모두 "일방통보…백지화" 요구
- 정연주 기자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서울시가 신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를 선정한 가운데 14일 마포 지역 여야 서울시의원 모두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강하게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영철 시의원(마포2)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는 자원회수시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일방통보식 발표에 사과해야 한다. 마포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으로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매일 750톤의 쓰레기 처리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의원은 "또 마포구에 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마포구 주민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며 "소각장 후보지를 처음 공모한 것이 2019년 5월인데, 단 한 곳도 자원하지 않았다. 기피·혐오시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민한 문제를 여론수렴·숙성과정 없이 일방통보하는 행정은 독선이고 구시대적"이라고 지적했다.
후보지를 선정한 입지선정위원회(10명) 구성도 문제 삼았다.
소 의원은 "시행령에 따르면 입지선정위는 위원장 1명 포함 11명 이상 21명 이내로 구성돼야 한다. 시의원 2~4명, 주민대표 3~6명이 포함돼야 하지만 입지선정위에 시의원은 2명, 주민대표는 2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후보지가 5곳인데 시의원 2명, 주민 2명에 불과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나. 본인 지역이 선정되는 것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기도 하남시장이 마포 선정에 대해 '강동구의 발 빠른 대응 덕'이라고 했다. 시민 안전과 건강이 달린 문제가 객관성·공정성이 아닌 발빠른 대응에 따라 결과가 좌우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에도 화살을 돌렸다.
소 의원은 "2019년 당시 서울시장, 국회의원 2명, 마포구청장, 시의원 등 모두 민주당 선출직이었다. 왜 적극 대응하지 않았나"라며 "몰랐다는 얘기는 책임 회피에 급급한 옳지 않은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기덕 시의원(마포4)은 소 의원의 지적에 "만약 1%라도 알았다면 이 지경까지 왔겠나.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하는 동시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독재정권에서 있을법한 밀실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오 시장의 조찬 제안에 현안에 대한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지만 시장은 후보지 선정에 협조를 구하는 통보성 말을 했다"며 "일언지하에 동의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자리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1000만 서울시민이라면 난지도를 기억할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2005년부터 소각장을 만들어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와 서대문구 쓰레기를 처리했다"며 "기피시설 대원칙인 지역 형평성을 위배한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포구가 수십 년 고통을 감내한 것은 서울시의 공익을 위해서였다"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폭거다. 마포가 봉인가. 이게 공정이고, 균형발전인가"라고 반발했다.
수십명의 마포구 주민들은 본회의 개의에 앞서 시의회 앞에서 소각장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본회의를 방청하던 주민들은 의원들의 '소각장 백지화' 발언에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주민들의 구호가 길어지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지했지만 구호는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한 서울시의원과 주민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기자회견 등 소각장 백지화를 위한 여러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소각장 백지화에 대한 당위성을 쌓기 위해 '마포구 기피시설 백서'도 준비 중이다.
전날엔 상암의 또 다른 기피시설인 수소충전소를 찾아 "안전장치를 갖췄다고는 하나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는 가장 위험한 시설이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폭발 시 마포구 전체에 치명적 피해를 초래할 폭탄"이라며 "고(故) 박원순 시장 재임 시 주민들에게 적극적 홍보도 없이 슬며시 최종 준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포에는 이런 위험한 수소충전소 외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와 기존 자원회수시설 등 기피시설이 한 공원 내에 있다"며 "서울시가 또다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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