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水' 트라우마…폭우에 태풍까지, 뜬눈으로 밤새
2011년 우면산 산사태로 9명 사망 참사 겪으며 트라우마
11년만에 서울에 또 폭우…빗물터널·반지하 대책 재시동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1년 7월26~27일 이틀간 서울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강남과 광화문 등 시내 중심부 지역을 비롯해 주요 간선도로와 저지대 주택가가 물바다로 변했다.
특히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터널 요금소 출구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과거 재임 당시 일이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1년 4월 오 시장은 재·보궐선거로 서울시장에 복귀했고, 4선 임기 첫해인 올해 서울에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동작 시간당 최대 141.5㎜)가 쏟아졌다.
오 시장 재임 중 연달아 서울에 많은 비가 내리며 '오세이돈'(오세훈+포세이돈)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10여년 전 우면산 산사태를 겪으면서 수해(水害) 트라우마를 가진 오 시장은 지난 8월 집중호우와 연이은 태풍 '힌남노' 공습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서울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8월8일 오 시장은 퇴근 후 강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고 오후 10시쯤 서울시청으로 복귀했다. 당시 오 시장은 집무실 내 '간이침대'를 요청하고 철야 근무를 자처했다. 늦은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강남, 동작 등 침수 피해가 컸던 현장을 분주히 다녔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서울에서 8명이 사망하고 이재민도 5103명이나 발생하는 등 참사를 막지는 못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으로 오 시장은 또 한번 바짝 긴장했다. 서울도 '힌남노' 간접 영향권에 들어 피해가 우려되면서 지난 5일에도 퇴근하지 않고 시청에서 밤샘 근무를 했다.
우려와 달리 '힌남노'로 인한 서울 지역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오 시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잇단 비 피해로 치수대책의 중요성이 커지며 오 시장이 10여년 전 발표한 대심도 빗물터널, 반지하 금지 대책 등이 다시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관악구 일가족 사망 피해가 발생한 '반지하주택'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10년 전 중단됐던 강남역 등 '빗물 저류 배수시설'(빗물터널)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2011년 수해 대책으로 서울 지역 7곳에 지하 대형 배수관인 대심도 빗물터널 공사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한 10년간 대규모 토목 공사 대신 친환경 빗물 저감 대책을 추진한다는 기조 하에 6곳은 백지화됐다.
이번 집중호우 당시 빗물터널이 설치된 양천구 신월동에서는 고질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자 윤석열 정부도 오 시장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비 재난관리체계 개선 범정부 추진단'을 꾸리고 대심도 빗물터널(2027년까지 강남역 3500억원, 광화문 2500억원 등)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 기초 설계 비용으로 54억원이 신규 책정됐다.
하수관로 정비엔 1493억원, 하수처리장 설치·확충엔 7418억원을 편성해 각각 54.9%, 49.4% 증액됐다.
범정부 추진단은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반지하‧쪽방 등 안전에 취약한 가구 거주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대책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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