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꿈도 못꿔"…장애인 고향갈 수 있는 고속버스, 전국에 딱 '2대'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 0.11%…운송사업자 참여 미비
"수요 명확히 조사해야…이동권 보장 적극적인 정책 필요"

추석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 및 여행객들이 버스에 탑승해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22.9.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조현기 기자 = "도착할 때까지 화장실은 꿈도 못꾸죠."

이라나 중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명절 귀성길에 오르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9일 뉴스1과 통화에서 "버스를 타면 도착할 때까지 내릴 수 없고 당연히 화장실은 꿈도 못꿨다"며 "기사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다른 승객들에의 눈치를 계속 살필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08년에 서울에 상경해 결혼하기 전까진 버스를 타고 강릉까지 이동했다"며 "너무나 집 가는 길이 고돼서 결국엔 추석이나 설에 안 가고 혼자 서울에 있는 것을 강제로 선택하게 됐었다"고 고백했다.

또 "사실 대부분의 장애인은 (명절 때 마음 편하게) 고향을 가지 못한다"며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과 특별교통수단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 소장의 말대로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은 열악하다. 특히 버스로는 사실상 정상적인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책 당국도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고속버스 1829대 중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고속버스는 단 2대에 불과하다. 0.11%다. 그마저도 서울~당진을 오가는 단 1개의 노선이다. 따라서 철도가 놓이지 않거나 인구가 적은 도시에 거주해 버스를 탈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귀성·귀경길에 오를 수 조차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버스 휠체어 탑승을 원래 전국 4개 노선 10대로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는데 현시점에서는 서울~당진 2대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2019년 10월부터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의 4개 노선에 대해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 10대를 운영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운송사업자들에게 강제할 수 없어서 원래 있던 노선이 폐지되게 됐다"며 "운송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한 사람 요금을 받으면서 6자리를 비워야 한다. (정책적으로 개조 비용과 관련한) 추가적인 보상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버스' 시범사업 첫날인 2019년10월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강릉행 버스에 장애인 2명이 처음 승차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그나마 열차는 버스에 비해 나은 편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고속철도 KTX는 열차당 수동휠체어석 3개, 전동휠체어석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무궁화·새마을·ITX 등 일반열차는 수동휠체어석 2개, 전동휄체어석 2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철도가 있는 라인보다는 철도노선이 없는 미운행 (버스) 노선을 중심으로 장애인 장거리 이동 지원사업을 활성화할 것을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턱댄 정책 보다는 우선 장애인의 이동수요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냥 무조건 시외·고속버스에 장애인을 타게 하자' 이게 아니지 않냐"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지방을 편안하게 도어 투 도어로 갈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는 것 아니냐. 장애인 이동지원과 수요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만일 시외·고속버스의 장애인 이용 빈도가 너무 낮아서 예산성의 효율성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인간의 기본적인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명절만큼은 장애인분들에게 사전 예약을 받아서 별도의 차량을 대여할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정책 당국을 향해 명절기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달라고 강조했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