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구역 상습 주차 신고하자…집주인 "내 세입자 불이익"

('보배드림' 갈무리)
('보배드림' 갈무리)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장애인 구역에 주차한 세입자를 신고했다가 집주인한테 되레 욕을 먹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주차 자리가 부족한 다세대 건물에 거주하는 A씨는 몇 주 전 장애인 구역에 상습 주차하는 입주민을 신고했다고 23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밝혔다.

그는 "주차 공간이 없으면 세입자들은 외부에 주차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며 "그러나 검은색 그랜저 차량은 자리가 없으면 장애인 구역에 그냥 주차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주차해서 보다 못해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세입자인 건 알지만, 똑같이 겪는 불편함인데 혼자 편하자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몇 주 후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집주인은 "당신이 신고했냐. 같은 세입자들끼리 존중도 없이 그런 걸 그냥 신고하면 어쩌냐. 내게 얘기해줬으면 (그랜저 차량이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는 이유를) 설명해줬을 것"이라고 A씨를 나무랐다.

집주인은 "그랜저 차주는 새벽에 퇴근하고 자리가 없어서 장애인 구역에 잠깐 주차한 뒤 아침에 원래 주차 위치로 차를 옮긴다"고 말했다.

('보배드림' 갈무리)

이에 A씨는 "신고하기 이전에 해당 차량이 아침에 차를 옮기는 걸 일일이 제가 확인할 의무가 있냐"며 "세입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내 글이라도 기재해놓든지, 그런 내용을 집주인 혼자 알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양해를 구했다고 한들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는 것 자체가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눈에 보였으니 가차 없이 신고한 것이며, 세입자 모두 똑같이 겪는 불편함을 왜 저 차량만 단독적으로 행동하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그동안 좋게 봤는데 알겠다"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윽고 다음 날, 집주인은 세입자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집주인은 "긴급 사항을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 소식지를 띄운다"면서 "주차하실 때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지 말아달라. 이번에 신고 해서 저의 세입자가 불이익당했으니 참고하라"고 했다.

이를 본 A씨는 황당함을 느꼈다. 그는 "이 건물에 주차하는 차량만 10대가 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는 차량은 검은색 그랜저 한 대뿐이다. 무슨 생각으로 저런 메시지를 남겼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A씨는 "같은 세입자인 줄 알면서도 장애인 주차 위반 차량 신고한 제가 잘못한 일이냐"며 "제가 잘못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해당 차량의 과태료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누리꾼들 모두 A씨의 신고를 칭찬하면서 "집주인이 벼슬도 아니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