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라"vs"잡는다"…매일밤 한강은 '강태공'과 전쟁 중 "언제까지 이래야"
"떡밥, 낚싯줄에서 악취"…인근 주민들과 갈등 빚기도
하루 평균 42건 '현장계도'…적발되면 낚싯대 두고 도망가기도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매년 여름철 한강변에서는 '강태공'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한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들은 매일 밤 "불법 낚시를 접으라"고 단속하고, 낚시꾼들은 "처음이라서 몰랐다. 물고기를 잡겠다"고 맞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정이 복잡한데다가, 과태료 처분 사실을 알리면 낚싯대를 두고 무작정 도망가는 시민들이 많아 단속이 쉽지 않다.
지난 19일 오후 10시 한강변 일대는 일렬로 늘어선 낚싯대들로 가득했다. 한강변을 산책하던 한 시민도 낚시꾼에게 다가가 "한 번에 낚싯대를 6대 이상 사용하면 불법 아닌가. 3대만 사용할 수 있다. 당장 신고를 하겠다"고 항의했고, 낚시꾼은 "오늘 처음 와서 몰랐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낚시 이용 인원 5578명…나들이객·주민들과 곳곳 '실랑이'
23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발표한 '한강공원 낚시 이용현황 및 단속실적 보고'에 따르면 낚시 이용 인원은 올해 누적 건수는 총 2만3899건인데, 그중 지난 한 달간 이용 인원은 5578명(23%)에 달한다.
올 한해 현장계도 건 수 또한 5161건으로, 그중 7월 한 달간 현장계도 건수는 13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간 하루 평균 179명이 한강에서 낚시를 하고, 그중 42명이 적발된 셈이다.
한강 낚시는 여름철이 특수이기 때문에 열대야를 피해 한강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과 언쟁을 벌이는 사례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도 낚싯대를 한강으로 던지는 낚시꾼과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 사이에서 험악한 말이 오갔다. 낚싯대의 릴 감는 소리에 놀란 연인이 "낚시 허용 구역이 아니다. 당장 사진을 찍어 국민신문고에 올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낚시꾼은 "이곳은 낚시 허용 구역이 맞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 또한 불만을 토로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45·여)는 "산책을 하다가 악취가 너무 심해서 다가가보니 낚시꾼들이 남기고 간 떡밥, 컵라면, 페트병에 벌레가 꼬여서 썩고 있었다"며 "죽은 물고기를 그대로 두고 가기도 해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생 아이와 한강변을 걷던 중 아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반짝 거리는 게 이쁘다'며 낚싯바늘을 주워 손을 다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63·여)도 "매일 아침 포대자루에 물고기들을 담아가는 걸로 보아 단순한 취미생활은 아닌 것 같았다"며 "단속 공무원들이 멀리서 손전등을 키고 오면 잠시 사라졌다가 슬그머니 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대대적인 단속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과태료 최대 300만원…대부분 현장계도 그쳐문제는 과태료 금액이 커 단속 현장에서 실랑이가 자주 벌어진다는 점이다. 단속에 적발된 대부분은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 "낚시 커뮤니티에서 여기가 '포인트'라고 말을 해 낚시금지구역인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뉴스1>에 "낚싯대를 압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현장계도 위주로 하고 있다"며 "단속을 목적으로 순찰을 나가기도 하지만, 비가 온 후에는 한강물이 불어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순찰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제 20조에 따르면 낚시 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거나 낚싯대가 4대 이상일 경우, 갈고리를 사용해 낚시를 하는 경우 처음에는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하게 된다. 그러나 2차는 70만원, 3차는 100만원을 부과한다.
한강변 낚시금지구역은 잠실대교 하류~강서구 개화동 구간의 한강 호안 (강 기슭, 둑을 따라 무너지지 않도록 쌓은 시설물) 57㎞ 가운데 26.56㎞에 이른다. 다만 이들 구역은 붙어있지 않고, 한강교량, 한강공원 내 보행로 등을 경계로 여러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어분과 떡밥을 사용할 경우, 낚시를 하던 중 위험상황이 발생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대피를 하지 않은 경우 등에는 1차 100만원, 2차 200만원, 3차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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