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폭우' 예보…"수해복구 도움 다행이지만 여행 취소 아쉽네"

중부 150㎜ 예보, 실제 7㎜ 그쳐…기상청 "여름 대기불안정 커"
휴가·레저 계획 접은 시민들 '울상'…기상청 항의도

광복절 연휴인 13~14일 강한비가 내일 것이라고 예보됐지만 실제론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광복절 연휴인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2.8.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여행 취소했는데, 기상청을 믿은 게 잘못이겠죠"

서울에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모씨(37)는 이번 광복절 황금연휴를 맞아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지인의 별장을 이용해 계곡으로 여름휴가를 갈 계획이었지만 포기했다. 중부지방에 토요일부터 다시 물 폭탄이 시작될 것이란 예보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휴 내내 비는 거의 오지 않았고 심지어 14일에는 종일 쨍쨍한 날씨가 이어졌다. 김씨는 "집에서 날씨를 보고 있자니 기상청에 화도 나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빗나간' 폭우 예보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황금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시민들의 성토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 게시판엔 항의 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수도권 종일 많은 비 온다더니 결국 낮에 1㎜ 오고 말더니 비 예보 표시가 싹 사라졌다"며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네티즌은 "예보를 안 볼 수도 없고 보자니 속 터지고 일년 농사 망쳐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폭우 예보에 야외활동을 취소했는데 아쉽다는 반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주민 장모씨(38·여) 역시 인천 한 섬으로 여름휴가를 가려다가 폭우 소식에 계획을 접었다. 대신 서울에서 호캉스를 한 김씨는 연휴 내내 비가 오지 않자 "모처럼 아이들과 야외에서 바람을 쐬려 했는데 아쉽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등산, 자전거, 골프 등 레저 활동도 포기한 시민들도 잇따랐다.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유모씨(37·남)는 이번 연휴 모임을 취소했다. 유씨는 "비가 오기는커녕 날씨도 덥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날씨였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등산이 취미인 임모씨(66·여) 역시 "원래 기상청을 잘 안 믿는데 지난주 폭우로 산사태까지 나고 해서 산은 절대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상청은 연휴를 앞둔 12일 오전 4시에 발표한 날씨 해설에서 13일 수도권, 강원 영서 등 중부지방의 강수량이 10~60㎜라고 예보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4시 발표에서 강수량을 30~80㎜로 정정했다. 다음날(13일) 오전 4시에는 13~14일 중부지방 강수량이 최대 150㎜로 강한 비가 올 것이라고 다시 수정했다.

하지만 13일 서울과 강원도 홍천의 실제 강수량은 각각 4㎜, 1.3㎜에 그쳤다. 14일에도 각각 3.0㎜, 11.5㎜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비구름대가 서울, 경기도에서 생길 것으로 예상돼 위험 시그널을 알린 것인데 이보다 100㎞ 아래인 충남에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며 "예상됐던 호우 구조들은 거의 그대로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에는 대기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강수 지역도 굉장히 좁고, 빠르게 지나가거나 오래 머물기도 한다"며 "다른 계절에 비해 예측 성능이 조금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중부지방부터 비가 시작돼 16일까지 충남, 남해안 등에선 최대 150㎜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상황이다.

다만 폭우 예보가 틀린 것은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이재민들에겐 고마운 일이었다. 이번 수해로 피해를 본 관악구 신사동 주민 이모씨(72)는 "토요일 오전에 비가 오길래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날씨가 쨍쨍해서 이제 집안 내부는 정리가 다 돼 가고 있다"고 안도했다.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사동 저지대 침수 주택가 골목에 수해로 발생된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2022.8.1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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