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반지하서 에어포켓으로 버텼다"…신림동 구조 목격담

A씨가 공개한 당시 현장 상황.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창문 끄트머리만 보인다. ('보배드림' 갈무리) ⓒ 뉴스1
A씨가 공개한 당시 현장 상황.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창문 끄트머리만 보인다. ('보배드림'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신림동 일대 반지하 주택들이 침수된 가운데, 이날 한 시민이 에어포켓에서 버티다가 극적 구조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신림동 에어포켓 재난 상황 썰 풉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먼저 저뿐만 아니라 이번 폭우로 피해 본 주민들 다 같이 힘내요"라며 구조 현장 목격담을 전했다.

글에 따르면 물에 잠긴 반지하 주택 앞에 주민이 모여있었고, 이를 본 A씨는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내 눈에는 그냥 다 잠겨서 창문 처마만 보였다. 건물 옆에 다른 창문도 다 잠겼고 환풍기로 목소리가 들렸다"며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 잠겼는데 숨은 어떻게 쉬지? 말로만 듣던 에어포켓으로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포켓은 배가 침몰했을 때 윗공간 내부에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 있는 공간을 일컫는다.

반지하에 약 30분 동안 갇힌 주민은 "방 천장까지 물에 다 잠겨서 천장을 주먹으로 뚫어서 입만 내놓고 버티고 있다"고 힘겹게 전했다.

실제로 A씨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물에 잠긴 반지하 창문 끄트머리만 보였고, 현관문 등 탈출구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이때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구조대원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원이 방범창을 뜯어냈지만, 그 안은 여전히 물로 꽉 찬 상태였다.

갇힌 주민이 "숨쉬기가 불편하다"고 하자, 구조대는 공기통을 통해 환풍기로 공기를 불어넣었다.

이윽고 현관문 개방을 시도하려 했지만, 2층 계단까지 물이 차올라 그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자 한 구조대원이 잠수한 뒤 창문을 통해 갇힌 주민 쪽으로 사다리를 전해줬다.

마침내 주민은 숨을 참고 사다리를 잡고 밖으로 나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A씨는 "에어포켓에서 넣어주는 공기로 간신히 버티다가 구조된 것이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했다.

이어 "멀리까지 가서 구조대원들에게 도움 청하신 남성분, 힘을 합쳐 사다리를 잡아준 주민들, 몸을 아끼지 않고 물속에 머리까지 넣으면서 사다리를 넣으신 구조대분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나와주신 분 모두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이런 주민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직 우리나라는 살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물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실감했다"고 적었다.

끝으로 "이런 밝혀지지 않은 상황들이 있다니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구조돼서 다행이다. 우리 주변의 따뜻한 마음을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sb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