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고품질 공공주택 찾은 오세훈 "여기가 하계5단지네"

높이 50층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방문
서울 공공임대 20만 가구, 50층 높이·고급화 단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50층 전망대에서 김헌동 SH사장과 함께 싱가포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서울시 제공).ⓒ 뉴스1

(싱가포르=뉴스1) 전준우 기자 = "여기가 하계5단지가 맞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오전(현지 시간) 싱가포르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을 찾아 동행기자단에게 미래의 하계5단지 모습이라고 소개했다.

'피나클 앳 덕스톤'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업무지구 마리나베이와 약 3㎞ 인접한 도심에 위치한 공공주택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공주택으로 알려진 '피나클 앳 덕스톤'은 높이 50층, 총 7개 동에 현재 1848가구가 살고 있다. 2009년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HDB(주택개발청) 주택을 허물고 초고층 고품질 공공주택을 조성한 것이다.

1800여가구 중 35평형은 1200세대, 40평형은 600세대로 중산층의 수요가 높은 넓은 평수로 구성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에 처음 50층으로 짓는다고 했을 때는 지대가 저층이고, 이 곳에만 초고층을 지으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오히려 50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고, 이 지역이 밤에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권이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전경(서울시 제공).ⓒ 뉴스1

피나클 7개 동 모두 50층 높이다. 26층과 50층이 스카이브리지로 모두 연결돼 있다.

26층에는 입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조깅 트랙이 조성돼있고, 50층은 유료 전망대로 운영돼 외부인의 방문도 가능하다. 50층 스카이브리지에 올라서면 탄종파가르, 차이나타운, 중심업무지구(CBD) 등 시내 전경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단지 내부에는 보육 시설과 소규모 놀이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입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헬스장이나 수영장은 없다.

'피나클' 입주자인 싱가포르 교민 최정원씨(44)는 "2015년 입주 후 3인 가족으로 7년째 살고 있다"며 "버스로 여섯 정거장만 가면 중심업무지구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2015년 당시 35평을 8억원에 매입했다.

최씨는 "2009년 분양가는 3억원이었는데 고품질 공공주택이다 보니 당시에도 2배가량 높은 가격이었다"며 "최초 분양자가 5년 거주 후 매매가 가능해져 8억원을 주고 매입했고, 현재 시세는 12억원가량이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고품질 공공주택, '피나클 앳 덕스톤'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서울시 제공).ⓒ 뉴스1

오 시장은 50층 스카이브리지와 최씨 가족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 내부를 둘러보며 앞으로 피나클 앳 덕스톤처럼 현재 서울 시내 노후한 임대주택 단지를 재건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을 앞둔 영구·공공임대 단지는 총 34개로 20만 가구에 이른다.

가장 먼저 적용할 곳은 1989년 입주한 국내 1호 영구 임대 아파트 단지인 하계5단지이다. 당초 용적률 93.11%에서 재건축을 통해 435%를 확보, 현재 640세대에서 1541세대로 2.5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피나클'에는 없는 헬스장, 수영장 등 커뮤니티 시설과 여가 시설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서울 시내 영구·공공임대 단지는 총 34개로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며 "노원구 상계동, 강서구 가양동, 마포구 성산동을 비롯한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임대주택 단지들이 이렇게 고급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계5단지를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 했는데 허언이 아님이 오늘 이 자리에서 입증된 셈"이라며 "10~15년 내에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을 하게 되면 50만 가구 이상이 고급화된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하계5단지에 거주 중인 490세대는 재건축 이후에도 그대로 거주할 수 있다. 추가로 확보되는 약 1000세대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청년, 신혼 부부 등에 다양하게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료는 '시세+소득 연동형' 제도를 적용해 소득 기준에 따라 다르게 산정된다.

오 시장은 "이제 저소득층만을 위한 임대주택이 아니고 중산층도 들어간다"며 "주택가격이 너무 올라서 '평생 벌어도 집 한채 얻기 힘들다'고 하는데 여러 계층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게 미래 주택 공급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계5단지에는 '한 지붕 두 가족' 개념의 '3대 거주형 주택' 모델도 시범 적용된다. 오 시장은 "1500여세대 중 3대 거주형 주택 모델은 극히 일부가 될 것"이라며 "이 곳에서 실험을 해 본 뒤 반응을 보고 추후에 지어지는 임대주택 재건축 단지에 적용할지 여부 등을 융통성 있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영구·공공임대 단지를 고품질 임대주택으로 재건축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장기 전세 주택 3만3000채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자산"이라며 "앞으로 5년 뒤면 20년 만기가 도래하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을 넘었다. 순차적으로 팔면서 임대주택 고급화 재원으로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