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은평구 혁신파크에 세대 통합형 '골드 빌리지' 짓겠다"

노인주택 인근에 자녀 아파트 단지…총 300~400가구 공급
강동구에도 검토…하계5단지엔 '한 지붕 두 가족' 모델 적용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오후(현지 시간) 캄풍 애드미럴티의 커뮤니티 시설인 옥상공원을 걷고 있다(서울시 제공). ⓒ 뉴스1

(싱가포르=뉴스1) 전준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오후(현지 시간) 싱가포르 방문 첫날 일정으로 캄풍 애드미럴티를 찾아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세대 통합형 '골드 빌리지' 1호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캄풍 애드미럴티는 싱가포르 최초의 실버타운으로 결혼한 자녀가 주변에 거주하며 노인의 외로움과 자녀 육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세대 통합형 지역 사회를 만들고 있다.

2개동 104세대가 거주하는 캄풍 애드미럴티는 5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노인 복지 주택이다. 주택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사회 활동, 메디컬 케어 등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이 가능하다.

도보로 5분 거리 내에는 자녀가 거주하는 공공주택 단지가 위치한다. 자녀가 수시로 부모를 방문해 안부를 챙기고, 자녀를 부모 집 또는 건물 중층부에 위치한 보육시설(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직접 캄풍 애드미럴티를 둘러보며 노인들이 건강 검진 후 상담을 받고, 여가 생활로 캘리그라피 활동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건물 8층에는 휴식 공간과 커뮤니티 팜도 위치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매일 오전 8~10시에 모여 정원을 가꾸고 과일이나 채소를 직접 재배한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오후(현지 시간) 캄풍 애드미럴티의 커뮤니티 시설인 옥상공원을 걷고 있다(서울시 제공). ⓒ 뉴스1

오 시장은 캄풍 애드미럴티를 둘러본 뒤 '골드 빌리지'를 은평구 혁신테마파크 부지 내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노인 거주 주택 100~200가구와 바로 인근에 자녀가 거주하는 주택 100~2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골드 빌리지에는 캄풍 애드미럴티와 같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어린이집, 유치원 등이 들어서고 간단한 진료와 검진이 가능한 간이 의료시설도 들어설 수 있다.

그는 동행 기자단과 만나 "한국에도 고급스러운 시니어타운이 많지만 월 500만~600만원을 내야 해 경제적 부유층이 아니면 이런 일상 생활을 즐길 수 없다"며 "서민적이고, 경제력이 풍부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시범사업을 해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4선 공약으로 '효도주택'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공약은 '부모와 자녀가 가까이 거주하거나 동거할 때 청약 기회를 주고 금융지원도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와 관련 지방 출신 서울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해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골드빌리지는 청약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세대 필요에 따라 공급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오 시장은 "부모와 가까이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멀리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필요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실험을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호 골드빌리지가 조성될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2015년 약 11만234㎡ 규모로 만든 공간이다. 하지만 활성화에 실패하며 서울시는 2020년1월 서울혁신파크 내 서울시립대 은평혁신캠퍼스, 글로벌 사회 혁신 오픈 캠퍼스, 서울연구원 등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오 시장은 "혁신파크 내 상업 시설도 들어가고 '직주근교락상'이 모두 가능한 형태다. 지하철역이 많아 교통도 편리하다"며 "골드빌리지 규모는 300~400가구로, 주택 수가 부하가 걸릴 정도의 숫자는 아니다. 주민 반대의 명분으로 삼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외에도 강동구 시립요양원 부지 내 골드빌리지 조성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하계5단지에는 한 지붕 두 가족처럼 거주하는 '3대 거주형 주택'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들어가는 입구를 달리해 동선을 분리하는 등 같은 공간에 살아도 사생활을 간섭받지 않는 형태의 집을 실험해 볼 계획"이라며 "단지 내 세대통합형, 가구 내 세대통합형 배치 등을 공공이 시도해 성공하면 민간도 따라올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