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의 방역 메시지 '모순'…국민은 헷갈린다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치명률이 독감 이하이니 걱정하지 말라면서 왜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하지 않나요? 우리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른 것 같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손님으로 바글바글했던 식당이지만 지금은 휑한 테이블을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A씨가 내뱉은 말이다.
정부가 모순된 방역 정책 메시지를 연달아 내면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은 영업시간과 인원제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한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K방역'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치명률이 낮다"고 항변한다. "접종 완료자의 치명률은 독감 이하"라거나 "엔데믹(풍토병화)도 고려 중"이라며 낙관론을 펼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위중증률과 사망률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확진자 폭증에도 치명률이 독감 이하 수준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되지 않을까. 국민들은 정부의 모순된 방역 메시지 중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감을 잡기조차 힘들다.
이미 정부는 메시지 혼선으로 국민의 방역 해이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달 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에도 불구, 정부는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역에 대한 사회적 긴장감은 풀어졌고 결국 2년간 잘 관리됐던 확진자는 언제가 정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한 메시지로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면서도 대규모 확진자 발생을 우려해 의료기관은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택치료를 하던 확진자가 사망하고 확진자들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 현실이다. 치명률이 낮다면 병원이 확진자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먼저 내렸어야 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3월 중순이면 오미크론 변이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출구가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2년간 전세계는 'K 방역'의 성과에 주목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이 지친 것만큼 방역당국 역시 피로감이 누적된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눈앞에 닥친 마지막 고비를 제대로 넘지 못한다면 지난 2년간의 'K 방역' 성과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모순된 메시지 대신 좀더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goodda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