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만 코로나19 위험군?…간접흡연·전자담배도 위험하다
흡연자는 바이러스 감염시 급성호흡곤란 발생 증가
중국 연구논문, “흡연 기록 있는 코로나19 환자, 폐렴 발병14배 높아”
-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이영성 기자, 음상준 기자,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이영성 음상준 김태환 기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어 국내 방역당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일반 담배 흡연자뿐만 아니라 전자담배와 간접흡연자도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흡연에 노출되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뿐 아니라 감염됐을 경우 호흡부전 등에 빠질 위험도를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예비 보고서에서 흡연자를 기저질환을 보유한 코로나19 환자들과 같은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CDC는 흡연중인 환자들뿐 아니라 흡연 경력이 있는 환자들도 위험군에 함께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도 흡연자를 고위험군에 포함시켰다. 고위험군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으면 경증 확진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다른 기저질환자나 고령자처럼 중증도에 따른 병원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흡연자는 폐기능 저하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미국 CDC의 경우에도 지침상 현재 흡연자에 대해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서 이번에 지침에 고위험군의 하나로 추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 CDC, 흡연자·흡연경력자·임신부 코로나19 위험군 분류
앞서 CDC는 만성 폐질환, 당뇨,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신경질환 및 지적장애와 함께 흡연자 및 흡연 경력자 그리고 임산부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기저질환 또는 위험요인을 가진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
스탄튼 글란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달 31일 대학내 학술지에 게재한 글에서 금연 및 베이핑(전자담배 흡연) 중단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심각한 폐 질환 위험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글란츠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를 공격하기 때문에 담배나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베이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감이나 다른 감염에 노출되면 일반 흡연이나 베이핑으로 인한 부작용이 비 흡연자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증 감염, 비패혈증 또는 둔상 등의 위험요소를 가진 상황에서의 흡연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의 발생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폐렴 악화로 염증성 물질들이 폐조직을 손상해 ARDS가 나타나기 쉽다. ARDS가 나타나면 자가호흡이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기도에 삽입해 치료를 받게 된다.
◇전자담배, 에어로졸 폐 세포에 해 끼쳐…간접흡연도 ARDS 위험 증가
글란츠 교수는 전자담배의 경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의 발전 여부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전자 담배에서 나오는 에어로졸은 노출시 폐 세포에 해를 끼치고 감염에 대한 반응 능력이 저하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란츠 교수는 또한 간접흡연의 위험성도 지적했다. 그는 "간접흡연 등으로 체내에 낮은 수준의 니코틴 대사물질인 '코티닌'이 있는 사람들 역시 ARDS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을 겪을 위험이 상당히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흡연이 폐의 면역에 영향을 주는 원인은 또 있다.
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호중구'라는 백혈구가 감염을 퇴치하는데 흡연자는 이러한 면역반응이 약해지며 염증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즉 흡연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며 감염 후에도 결과가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 기도에는 끈끈한 점액을 통해 공기 중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섬모가 있다. 흡연이나 전자담배는 이 섬모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중국 우한시 코로나19 환자, 흡연 경력자 폐렴 가능성 14배 높아
지난 2월 말 중국의학학회지(CMJ)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중국 우한 시에서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폐렴환자 7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흡연 경력은 환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 경력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폐렴 발병 가능성이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흡연과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상관관계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CDC는 보고서에서 흡연자 등 일부 위험 요인과 중증 코로나19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충분한 사례가 부족해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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