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자택 앞 이번엔 "무조건 구속" 1인시위 소란

집회 제한통고 이후 폭력행위 줄었지만 곳곳서 충돌
지지자들 "고생한다…잘 보도해달라" 태도 변하기도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대통령님의 안정을 위해 저녁 7시 이후에는 소리 치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17.3.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최동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침묵시위로 전환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모여들어 소란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스스로 '목자'라고 칭한 김모씨(53)가 등장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돌연 1인 시위를 벌여 인근에 있던 지지자들과 충돌을 빚었다.

김씨는 "이제는 구속이다, 구속영장 청구하라" "이제는 (이)명박이다, 구속영장 청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들은 지지자 20여명이 김씨에게 욕설을 하며 달려드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든 손피켓 일부가 찢어졌으며 경찰은 김씨를 다른 곳으로 격리조치하며 상황이 종료됐다.

김씨는 경찰 제지를 받으면서도 "왜 폭력을 행사하냐. 한민구는 외란죄다" 등을 외치며 끌려갔다.

이날 오후 5시쯤에는 스스로 1인 방송을 하는 BJ라고 소개한 또다른 김모씨가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개인방송을 하다 지지자들과 충돌을 빚어 격리조치됐다.

김씨는 휴대폰으로 방송을 하면서 치킨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자신의 등에는 '뒤를 노리지 마시오. 카메라맨이 10m 뒤에서 촬영 중'이라고 써붙이고 배에는 '맞으면 무조건 고소합니다' 라고 쓴 종이를 부착한 채 '초등학생이 무슨 죄냐. (박)근혜야. 너 때문에'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인터넷 1인 방송을 이어갔다.

이 모습을 본 지지자들이 항의하며 몰려들었고, 경찰이 김씨를 인근 주유소까지 데려가 격리조치하며 상황이 종료됐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을 지칭하며 "'닭집' 앞에서 치킨 먹으러 왔다. 그런데 곧바로 지지자들이 정신병자 취급을 했다. 나는 치킨만 먹으러 온 것이었는데 10분 만에 방송이 정지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을 조금 더 돌아다니다 자진 철수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고구마를 전달한 시민도 있었다. 이모씨는 이날 오후 3시20분쯤 자택 경호 관계자에게 "나주에서 왔다. 고구마를 전달하고 싶다. 말씀 좀 전해달라"고 말했고, 수분 뒤 경호원이 고구마를 받아 자택으로 들어가면서 이씨는 고구마 선물에 성공했다.

오후 7시30분쯤 해가 저문 뒤이지만 지지자 약 50명이 남아 자리를 지켰으나 예전처럼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행불편과 불안감 조성 등을 이유로 주민 등의 민원이 빗발치자 경찰이 집회시간 및 장소, 방법 등에 대해 제한통고하면서 눈에 띄게 누그러진 모습이다.

이들은 주로 박 전 대통령 자택 담벼락 아래 인도에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다소 웅성거리지만 취재진이나 경찰에게 먼저 시비를 걸거나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사라졌다.

기자라고 하면 무조건 적개감을 드러내던 반응도 한결 누그러져 기자에게 "고생한다" "잘 좀 보도해달라"는 말을 건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hm3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