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투표권①]"아이들에게 기회 줘야" vs "그 나이에 뭘 아나"
'18세부터 투표' 64% 찬성…"촛불집회 영향 미쳐"
반대는 '인기투표' 등 우려…"진보에 유리할 것"
(서울=뉴스1) 사건팀 = 이르면 올해 상반기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투표권 하향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평범한 시민들 셋 중 두명은 만 18살 청소년의 투표권 부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기에 반대하는 이들도 셋 중 한명에 육박해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거부감을 보이는 여론도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투표권 18세 하향'은 최근 몇차례 전국 선거에서 야권이 주도한 이슈였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계기로 여권이 분열되면서 어느 때보다 현실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뉴스1은 지난 6일 서울 강남·신촌·청량리역 등 거리에서 10~70대 시민 90명에게 투표권 하향 논의에 대한 의견 등을 인터뷰했다. 이 중 투표권이 없는 10대 중·고등학생이 24명이고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응답자는 연령별로 고르게 배정했다.
◇"아이들이 더 똑똑" "확 더 낮추자"
투표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들은 만 18세면 정치·사회적 판단을 내리기 충분하다며 선진국(OECD)에 비해 높은 현행 만19세 투표 연령을 낮춰 젊은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공통된 화제였다.
회사원 배모씨(31·여)는 "어리다고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투표 기회를 줘야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승연씨(21·여)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어 젊은 유권자를 늘려야 한다. 젊은이들이 경험은 부족할지 몰라도 유연한 사고에 강하다. 청년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사회가 바뀌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정일준씨(22)는 "평균수명은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특정 연령대의 민심만 선거에 반영되지 않도록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야구르트를 판매하는 이경미씨(47·여)는 "젊은 아이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며 "어린 친구들이 더 똘똘하고 다양하게 사고한다. 우리 딸도 어리지만 나보다 판단을 더 잘 한다"고 했다.
택시기사 정한봉씨(46)는 "장기적으로 만 18세에서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며 "(정치권이) 정치공학적 계산 없이 정말 민주주의의 가치를 좇는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씨(28) 역시 "18세 보다 더 낮출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성숙하고 생각도 많다"면서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80살 치매 노인에게도 투표권을 주는데 개념있는 학생들에게 안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젊은층, 특히 고3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투표권을 줘 정치적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양천구민 이모씨(45.여)는 "선거연령을 낮춰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일찍 정치물 들면 안돼" "야당이 표 모으려는 것"
하지만 투표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이들은 18세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선생님, 부모님 등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청소년들을 유혹하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컸다.
경기도 고양시민 민지훈씨(28)는 "아이들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에 휘둘릴 것이다. 고등학교는 담임과 학생들 유대관계가 끈끈해서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특정성향의 선생님에 따라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현주씨(31·여)도 "중·고등학생들이 '일베' 같은 치우친 커뮤니티를 많이 한다. 학교의 일방적인 교육, 미디어의 영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생 황모씨(25)는 "선거가 더 인기주의로 갈 것 같다"고 했고, 주부 정모씨(33·여)는 "너무 어려서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투표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회사원 김나연씨(32·여)도 "아무래도 소신이 확실하지 않아 감정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기 쉬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은퇴한 최동규씨(69)는 "선거 연령을 조금 내린다고 나라가 변할 것 같지 않다"면서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자기들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반대에 섰다.
참정권 확대에 앞서 민심의 왜곡을 유발하는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최재중씨(57)는 "내 나이가 돼도 휘둘리는데 학생 때는 오죽하겠냐"며 "그걸 정치인들이 이용할 것이다. 야권이 선거연령 하향을 호시탐탐 노렸는데 이번 최순실 사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관련 논의 자체를 비난했다.
◇"진보진영이 유리할 것" vs "유불리 속단 어렵다"
젊은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진보 진영 지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지하철 택배기사 유승철씨(50)는 "연령별로 정치 성향의 차이가 있지 않나. 젊은 세대들의 시각은 진보로 뭉칠 것 같다"면서 투표 연령 하향이 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택시기사 박창범씨(59)도 "문재인이한테 유리한 것 아닌가. (투표권 논의는) 야당이 젊은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욕심으로 보인다. 왜 대선국면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반면 동작구 고교생 임모군(17)은 "친구들 보면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하기 때문에 보수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업준비생 정모씨(26)는 "젊은 사람들이라고 다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나이 보다는 개인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회사원 노모씨(28)는 "속단하기 어렵다. 결국 인물과 정책의 싸움인데 정치권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좋은 정책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들 찬성률은 88%…"충분히 판단 가능"
인터뷰에 응한 10대들은 압도적인 찬성 의견을 냈다. 24명 중 21명이 투표권 하향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천구 강신중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5)은 "청소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되면 우리의 주장을 선거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연령대에 맞춰 더 다양한 복지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투표 연령이 낮아지면 당장 올해 대선에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천안중앙고 김모군(18)은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투표권이 주어지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고1 신모양(16)은 "저희도 뉴스를 꾸준히 챙겨볼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있고 집회에도 참가한다. 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면 참정권을 줘도 된다"면서 "저희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정치에 대해 잘 알려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천구 강신중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5)은 "청소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되면 우리의 주장을 선거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목동고 1학년생인 이모양(17)은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젊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고등학생 한모군(18)은 "다들 학원 다니고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정치에 관심 가질 시간이 별로 없다"며 투표권이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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