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연세대 학생들…"부끄럽지 않은 대학생되겠다"

[세월호 참사] 9일 희생자 추모 촛불문화제…정부·언론 꼬집어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9일 저녁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신촌캠퍼스 안 백양로 삼거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 News1 홍우람 기자

</figure>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학생, 시민 등 470여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지 24일째인 9일. 연세대 교내에 추모의 촛불들이 켜졌다.

연세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신촌캠퍼스 백양로 삼거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촛불을 백양로 삼거리 계단에 모여 앉아 차분하게 사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학생들은 세월호의 선장과 정부, 언론을 꼬집으며 부끄럽지 않은 대학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김성순(24·응용통계학과10)씨는 "여러분이 이끌어갈 10년 뒤 대한민국은 오늘과 다를 것이라 믿어도 되겠습니까"라고 질문부터 던졌다.

이어 "수백명의 승객을 놔두고 먼저 배를 떠나버린 선장, 직업윤리와 사명감은 뒷전인 언론인, 목숨, 예절보다 권력다툼과 재화를 우선시하는 정부"라며 차례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잊은 모든 부끄러움을 오롯이 느끼고 잊지 않겠다"며 "10년 뒤에는 이런 모든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인 16일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최상원(21·자유전공13)씨는 "그때는 친구들 이야기, 페이스북에 전해지는 단편적인 사실들만 접해서 나와는 먼 얘기인 것만 같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는 울컥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더욱 화가 나는 건 이런 죽음이 어쩔 수 없는 재해가 아니라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인재(人災)라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승객을 버린 선장, 언론과 국가 모두 인간성을 버리고 이해관계만 따지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인간성을 버린 대학생은 되지 않겠다"며 "우리 모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학생들은 마이클 잭슨의 유어 낫 얼론(You're Not Alone)을 추모곡으로 함께 부른 뒤 희생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을 차례로 교내에 매달고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는 273명, 실종자는 31명이다.

hong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