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세월호 성금 모금…정부는 관리 '뒷짐'

[세월호 참사] 미등록 단체에 '성금 사기'까지
"또다른 선의 피해자 우려…정부, 감시활동 강화해야"
투명한 집행 확인하려면 공인된 곳에…성금 잇따라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지난달 24일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figure>세월호 침몰 사고 16일째인 1일, 희생자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팽목항 구조현장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조금이나마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성금을 기부할 곳을 찾고 있지만 이 중에는 정작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금 모금 단체 중에는 미등록 단체가 많고 '성금 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정부가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미등록 단체에 '성금 사기'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에 '세월호 성금' 등 단어를 입력하면 하면 수백 개의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가 검색된다. 시민단체, 대학교 총학생회, 연예인 팬클럽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사조직이나 소규모 단체를 통해 성금을 기부할 경우 자신이 전달한 돈이 희생자 유가족 등에게 온전하게 전달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00만~10억원을 모금하려면 지자체에, 10억원 이상은 안전행정부에 정식 등록을 해야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시민단체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 오전 10시까지 1억4156만3794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단체는 현재 서울시에 등록이 안 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단체 관계자는 "가족끼리 성금을 모으려 했다"며 "관련법을 몰라 등록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는 이번 뿐만아니라 수년째 전용 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고 있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세월호 성금관련 문의에 '우리 단체를 통해 기부하라'고 홍보한 점에 비춰보면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성금 모금 글. © News1

</figure>또 자신을 장흥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지철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달 25일 자치단체를 통한 기부가 가장 투명하다며 포털사이트에 성금 모금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장흥군에 문의한 결과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철민'이란 사람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이와 함께 적게는 10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까지 모금한 단체가 적지 않다. 각 사이트는 최소한의 공신력을 보장하려는 듯 입금자와 그 금액을 함께 게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유가족 대책회의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디에 쓰일 지 모르는 사조직, 시민단체의 성금 모금을 중단시켜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를 관할하는 안행부나 지자체는 등록된 성금 모금 단체만 관리하고 있고 경찰은 피해접수가 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관련법에 우리가 감시할 근거는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따로 감시는 하지 않고 피해 신고나 진정이 접수돼야 수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결국 감시활동을 하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성금을 기부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오모(28)씨는 "인터넷을 보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성금을 모금하는 곳이 수없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감시활동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의 소홀한 대처로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투명한 집행 보려면 공인된 곳에…성금 잇따라

자신이 기부한 성금이 향후 투명하게 집행됐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안행부나 지자체에 등록된 공식 모금기관을 통해 돈을 전달하는 게 좋다.

안행부와 서울시에 정식 등록된 세월호 성금 모금 기관은 1일 현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국민일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사단법인 한국재난구호 등 모두 5곳이다. 이밖에 대한안마사협회 대구지부는 대구시에 1000만원을 모집할 목표로 신고한 상태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세월호 사고 이전에 연간 목표로 700억 모집 목표를 안행부에 신고해놓은 상태이고, 대한적십자사는 당초 10억원이던 연간목표액을 세월호 사고 이후 100억원으로 변경 등록했다. 국민일보는 10억원, 바보의 나눔 3억원, 한국재난구호 1억원 등으로 목표액을 신고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목표액을 따로 정하지 않고 지난달 18일 개설한 세월호 사고 관련 전용 계좌를 통해 입금되는 모든 금액을 전달할 예정이다.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10일째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원실 앞에 세월호 피해가족 돕기 성금 모금함이 마련돼 있다./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figure>전국재해구호협회는 1일 오전 9시 현재까지 33억8852만1793원을 모금했다. 이 단체는 전용 계좌,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성금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모금한 성금도 전달 받을 예정이다.

현재는 자체 재해구호물류센터에 보관 중이던 구호물품을 팽목항 현장으로 보내 희생자 유가족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바보의 나눔은 지난달 23일부터 1일 현재까지 전용 계좌 입금을 통해 5200만원을 모금했다. 이 단체는 2중 지원을 피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구체적인 성금 집행 방식은 유가족과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재난구호는 지난달 19일부터 1일 현재까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1100만원을 모금했다. 여기에 익명의 기부자가 520만원을 전달하는 등 700만원이 더해져 총 모금액은 1800만원이다.

현재 조성래 한국재난구호 대표 부부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사비를 들여 팽목항에서 유가족들과 구조대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구호개발 NGO인 굿피플과 안양샘병원 등과 지난달 25일부터 1일 현재까지 900만원을 모금했고 모금한 성금은 전액 피해자와 유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안산 단원고와 합동분향소에 급식차와 봉사원들을 투입해 실종자, 유가족, 구조인력 등을 위한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성금을 받고 있으며 전액을 피해자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현재는 현장에서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안행부나 지자체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체이다.

한편 이들 단체 중 모금활동에 대한 유가족의 동의를 구한 곳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관계자들은 "아직은 유가족과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며 "상황이 진정이 되면 동의를 구하고 유가족과 협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