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걸려 병원갔더니…' 속옷에 손넣어 "간지럽냐"

"여성 10명 중 1명, 병원진료 중 성희롱 경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진료과정 실태조사
응답자 12%, 진료시 성적 불쾌감·수치심 경험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 News1 류수정 디자이너

</figure>여성환자 A씨는 감기에 걸려 내과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의사는 아무런 설명 없이 A씨의 속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은 뒤 "간지럽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당황한 A씨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의사는 다시 누워보라며 A씨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발진으로 한의원을 찾은 여성 환자 B씨는 바지를 벗으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후 원장은 B씨의 속옷 안을 들춰보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줘 B씨에게 사과와 함께 2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여성환자 C씨는 보건소 골밀도 검사 중 방사선실 소속 직원이 창문을 통해 내부가 보이는 검사실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했다.

C씨가 항의하자 보건소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보건소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은 여성환자 10명 중 1명은 성적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발표한 '진료과정의 성희롱 예방기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118명(11.8%)이 진료을 받을 때 성적 불쾌감·수치심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공감은 최근 5년 이내 병원과 기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만 19세 이상 59세 이하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를 실시했다.

행위별로는 46명(4.6%)이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공간에서 진찰 또는 검사를 위해 옷을 벗거나 갈아입음'에 응답해 가장 많았다.

이어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가 나의 외모나 신체, 옷에 대해 성적인 표현을 함' 30명(3.0%),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가 진료와 관계없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태에서 나의 성생활이나 성경험을 물어봄' 25명(2.5%) 등이 뒤를 이었다.

진료과목·진료기관별로는 내과(50.8%), 산부인과(45.8%), 정형외과(24.6%), 한의원(21.2%), 치과(20.3%) 등지에서 진료시 성희롱을 경험했다.

성희롱을 경험한 의료기관 규모는 병원급(51.7%), 의원급(50.8%), 종합병원급(24.6%), 상급종합병원급(11.9%) 등이며 행위자는 남성 80.5%, 여성 37.3% 등으로 조사됐다.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들 중 행위자·병원 직원·책임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인권위 진정, 경찰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경우는 22%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진료과정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46.9%,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30.2% 등으로 많았다.

반면 의사 135명, 한의사 65명 등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의사와 환자간 인식차이가 나타났다.

'의료인이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명시적 동의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진찰이나 검사시 제3자를 참관시키는 상황'에 대해 47.5%가 '가끔 혹은 아주 가끔 있다'고 답해 가장 많았다.

또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들 중 55%는 이같은 상황이 산부인과(55%), 비뇨기과(35%), 성형외과(24%), 외과(17%), 내과(7.5%) 등 순으로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했다.

'효과적이고 적절한 의사-환자 관계 형성을 위한 지식 및 방법에 대한 교육'은 57.5%가 이수했지만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성생활과 관련된 질문 및 대화를 할 때 환자가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은 21.5%만 이수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공감 관계자는 "진료과정에서는 신체 노출, 접촉, 성적 사생활에 대한 질문 등이 진료상 필요에 따라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며 "진료과정 성희롱의 특성과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은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가이드라인 마련 ▲성희롱 예방 교육 실시 ▲의료기관 시설기준 정비 ▲진료과정 성희롱 실태조사 정례화 ▲의료기관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료기관의 성희롱 피해 구제 절차 마련 ▲징계방안·면허 규제 마련 ▲진료과정의 제3자 동석 고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