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는 죄가 없다" AI 살처분 제도개선 촉구
살처분시 환경파괴·인권침해 문제…"생매장 불법"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조류독감(AI)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생매장 당한 닭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figure>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닭'이 등장했다. 15마리 '닭'들은 각자 스스로 쌀 포대자루에 들어가 피라미드 대열에 맞춰 앉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손에는 '닭은 무죄다', '우리를 산 채로 땅에 묻지 마세요' 등 피켓이 들려있었다. 그들은 "닭을 생매장할 때는 포대자루에 넣은 채 묻어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조계종 등 18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로 구성된 '가축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류독감(AI)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1월16일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현재 약 1100만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며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파괴, 인권침해 등은 국가적 재난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10년 동안 2~3년을 주기로 AI가 반복돼 총 3500만마리가 살처분됐으나 정부는 반복적인 AI 발생에 근본적인 방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류독감의 원인을 야생철새에 돌리고 말 못하는 동물을 죽이는 일에만 열중한다"고 비판했다.
또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살처분시 이산화탄소 등을 이용해 고통없이 안락사 시킨 후 처리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닭과 오리를 쌀 포대에 담아 생매장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매몰지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와 토양 오염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또 살처분에 동원되는 군인·공무원의 강제동원을 금지하고 살처분 전담기구과 이들에 대한 인권보장 방안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의 석중 스님은 "이제는 1100만마리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사람들이 무감각해진 것 같다"면서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길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도 "2000년 이후 동물 살처분에 들어간 돈이 1조원이 넘는다"면서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이는 이런 문제가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책위는 이밖에도 ▲농식품부 장관의 사과 ▲살처분시 시민사회단체의 참관 허용 ▲조류독감의 발생 원인인 공장식 밀집사육 폐기 ▲조류독감 집중발생지역의 가금농장 이전대책 마련 ▲가금류 AI 예방백신제도 도입 ▲살처분 동물과 심리적 충격 받는 인력을 위한 예경의식 도입 등을 촉구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조류독감(AI)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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