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하는 이유? 김대중·노무현 비하?…재밌으니까"
[일베인이 말하는 일베·上] '안녕들' 대자보 찢은 일베 회원 최모씨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쩔뚝이' '노알라' 희화화, 원초적 재미 위해"
"일베, 제약 없이 의견 표출…사회악? 다른 커뮤니티도 똑같아"
- 김종욱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종욱 인턴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무실을 찾은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최모씨(가명·20)가 일베 고유의 '손 인증'을 보이고 있다. © News1
</figure>"일베 회원들 사이에서도 '일베를 못 끊는 이유' 하나만 정하자고 하면 '재미'를 꼽는다. 그리고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비슷하기 때문에 여러 의견에 동의할 수 있다."
2013년 12월 일베는 언론과 대중의 매서운 질타를 받고 있다. 일베가 언론 지면에 오르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사회적 이슈에 가장 근접한 사건은 바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찢기 인증 릴레이였다.
뉴스1은 모 대학의 대자보를 찢은 뒤 이를 일베에 올려 인증한 회원 최모씨(가명·20)와 직접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인터넷 글이 아닌 실제 목소리로 일베 회원의 주장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일베 회원이 말하는 '일베'는 무엇이며, 최근 대학가를 뒤흔든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한 일베의 평가는 어떠할까. 먼저 일베 회원인 최씨로부터 일베의 특징과 지난 정권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인터넷선 예절 지킬 필요 없어… 일베, 제약 없이 의견 표출 가능한 공간"
20일 서울 종로구 뉴스1 사무실에서 만난 최씨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비판적인 언론 보도와 인터넷 여론을 의식한 듯 조금은 긴장한 모습도 보였다.
일베 활동이 올해로 3년째라는 그는 '일베를 계속 하는 이유'로 '재미'를 들었다. 최씨는 "일베 회원들 사이에서도 '일베를 못 끊는 이유' 하나만 정하자고 하면 '재미'를 꼽는다"고 답했다.
또 "인터넷에서는 예절을 지키는 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은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본다"며 "(일베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인터넷에 대한 생각과 일베 활동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적인 정치 성향도 일베를 가까이 하는 이유다. 최씨는 "지인 대다수가 일베하는 사람들이다. 일베를 하면서 현실에서 알게 된 사람들도 꽤 있다"며 "그들의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한다면 정치색이 보수라는 점이다. 일베의 성격이나 사상 등은 거의 '보수성'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 "일베, 거짓 정보 수정하는 자정 작용 훌륭"
최씨는 일베의 특징으로 '자정 작용'이 굉장히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보통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아 '일베' 게시판으로 이동하게 되면 조회 수가 폭증한다. 그런데 해당 자료가 조작된, 혹은 거짓 자료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다시 그 조작이라는 이유를 정리해서 글을 올린다"면서 "'조작이다'라고 정리된 글을 본 일베 회원들은 이미 '일베' 게시판으로 이동된 글을 찾아가 반대 버튼을 누른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추천 수보다 반대 수가 1.5배 이상 많아지면 추천 게시판에서 내려가게 된다. 이게 올바른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가 '자정 작용'으로 표현한 일베의 특성은 일종의 '집단지성'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자료뿐만 아니라 유머 자료가 올라오더라도 다른 곳에서 퍼온 자료일 경우 그런 것을 발견한다"며 "(일베는) 성향적으로도 잘 맞고, 평등한 공간으로서의 인터넷과 부합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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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유머'(오유) 첫 페이지. © News1
</figure>◇ "일베, '사회악' 행동 했다…인터넷 일반적 특성, 어째서 일베만 욕하나"
기자는 일베를 향한 사회의 지탄에 대해 일베 회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최씨는 "온라인상에서 과격한 말을 하고 사회악으로 불릴 만한 짓을 많이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인터넷의 특성이다. 일베에서 자행되는 짓들은 분명 다른 성향을 띄는 사이트에서도 만연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들이 일베에 뒤처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베와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 성향의 유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를 거론했다.
"예를 들어 일베에서 광주나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면 오유에서는 대구 지하철 사건을 언급하면서 '더 죽어야 한다', '서울 노인들 투표하러 못하게 해야 한다' 등의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온다"면서 "오유 얘기를 더 하자면 예전에 '성인 공포 게시판'이라는 곳이 있었다. 사형 집행된 시체 사진, 강간 후 살해당한 여성의 시체 사진 등 고어(gore)물이 올라오는 곳이었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찾아보면 기록은 있다. 이런 것도 똑같이 사회악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유 등 여타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일베가 언급되는 방식이 이중적이라 역설했다. 최씨는 "모든 언론에서 일베에 비난을 퍼붓지만 정작 일베에서 생산된 자료를 보면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굉장히 이중적인 태도다. 욕할 때는 욕을 하고, 웃을 때는 웃고…. 어떤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에서는 일베를 비난하다가도 일베 창작 자료를 올린다"고 말했다.
언론의 일베 보도에 대해서는 "일베 회원들이 (언론 보도에 대해) 마땅치 않아 하는 점은 다른 사이트들도 일베와 다를 바가 없는데 유독 일베한테만 집중포화를 한다는 사실"이라며 "일베 회원들은 '우리만 이렇게 끌려다니는 건 (언론이) 일베의 정치 성향을 맘에 들지 않아 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위와 같은 발언 이후 최씨는 "사회악이라 물론 인정하지만, 정치적 성향 때문에 공격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이) 달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일베에서는 절대로 스스로를 높이지 않는다. 일베 내부에는 '우리는 딱 저렴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이 있다. 동시에 '우리와 싸우는 사람들도 함께 저렴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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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내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쩔뚝이'라고 비하한 자료. © News1
</figure>◇ "박정희는 존경, 김대중·노무현은 희화화…결국 원초적 재미 위해"
일베 회원인 최씨에게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최씨는 "존경한다. 어린 시절 굉장히 존경할만한 사람이라 부모님도 말했다. 어릴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인터넷과 정치적 성향 그리고 일베를 접하다보니 매번 올라오는 자료가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자료에 선동당했다 볼 수도 있다"면서 "그래도 나름대로 객관성을 갖고, 기사도 찾아보면서 '허무맹랑한 선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존경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두 대통령이 진보적인 성향을 띄는 대통령이라서 정책적인 비판이 좀 많았다"고 운을 뗐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문제점을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최씨는 "사실 그 정부 시절에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직접 겪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의 가장 큰 잘못은 대북정책이라 생각하고, 노무현 정부는 여러 로비에 대통령이 연루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쩔뚝이'(김 전 대통령이 다리가 불편했던 점을 비하), '핵대중'(김 전 대통령이 북한 핵의 원인이라는 주장) 등 비하의 뜻이 담긴 단어로 부른다. 혹은 전라도 방언을 비하적으로 인용해 '슨상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코알라와 합성된 '노알라' 사진이 희화화 용도로 자주 쓰인다. 또 생전 음성을 교묘히 편집해 노래로 만드는 'MC무현' 시리즈가 유머 자료로 계속 생산되고 있다. 지난 8월 SBS '8시뉴스'에서는 '노알라'가 미묘하게 합성된 자료가 전파를 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일베에서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비하, 희화화 자료와 관련해 "혹시 정치적인 적(敵)의 개념은 사라지고 그저 웃음의 소재가 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최씨는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너무 (두 대통령을) 까다 보니 이제 조금 정겹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적으로는 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희화화가 언급되자 최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사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희화화를 한다. 물론 일베는 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논리적으로 다소 비약이 있는 부분도 옹호할 수 있고, 정책적으로도 옹호한다. (일베 내부에) '전땅크'라고 해서 탱크에다가 전 전 대통령 상반신만 합성한 사진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최씨의 이야기를 종합해 "결국 희화화는 정치적인 이유보다도 앞서 말했던 원초적 재미를 위해서 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맞다. 모두 원초적 재미를 위한 일"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기자의 지적에 최씨는 본인도 그러한 자료를 보지 못했다며 "그건 건드릴 수 없는 일종의 성역 같다"고 말했다.
monio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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