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 고사리손 만나 제주 예술명소로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편의시설 된 제주 쓰레기 소각·매립장, 예술작품 전시공간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환기…지역 사회 내 지속가능 실천 강조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제주시 구좌읍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의 병뚜껑 벽화(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제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2035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7GW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연간 6만톤 이상 '그린 수소'를 생산해 화력 발전을 모두 대체하는 계획도 순항 중이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있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이 센터는 쓰레기 소각·매립 시설이다. 생활 폐기물을 처리한 폐열로 수영장과 찜질방 등 주민 편의시설을 운영해 인기가 높다. 일자리도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멸 학교를 살리는 역할도 했다.

센터에는 최근 '작은 미술관'이 생겼다. 폐기물로 버려질 운명이었던 병뚜껑이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손길을 거쳐 형형색색의 벽화로 재탄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미관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벽화 제작에는 제주도 내 어린이집, 학교, 종교기관 등 35개 단체가 참여해 3650㎏에 달하는 병뚜껑을 모았다. 주민들과 학생들은 병뚜껑을 활용해 제주 바다와 해녀, 돌고래, 돌담길 등 지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벽화는 예술적 의미를 넘어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병뚜껑은 단 몇 초 만에 버려지지만, 자연에서 분해되기까지 500년이 걸리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쓰레기다.

이번 전시는 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어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주민들에게 지속 가능한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해외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쓰레기 처리 시설이자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시설 지붕에 사계절 이용 가능한 스키 슬로프를 조성해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일본 가미카쓰 마을은 버려진 물건을 활용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재활용이 예술과 결합하면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의 병뚜껑 벽화처럼, 버려진 자원이 새 생명을 얻어 지역 사회와 환경의 가치를 높인다.

재활용 공공 예술이 더 널리 확산해 자원 순환과 환경 보존의 필요성을 공감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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