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플라스틱 협약문' 없었다…산유국 반대로 빈손 폐막
원료물질 감축·유해물질 퇴출·재원 마련 의견 통일 못해
의장 "소수가 쟁점 합의 막고 있다"…환경단체는 비판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부산=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마련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큰 소득 없이 끝났다. 기한을 넘기며 막판까지 협상이 치열했으나, 갈등의 중심에 있는 '생산 감축'을 뺀 제안도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하며 협약 성안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2일 협상위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INC-5는 이날 오전 3시쯤 폐회했다. 당초 1일 종료가 예정됐으나, 협상이 계속되면서 시한을 넘겼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회하는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CCD) 때문에 협상 기한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다.
'원료 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퇴출', '재원 마련'이 쟁점이었으나, 각 주제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수렴되지 못했다.
협상 초기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며 최소한의 '선언적 성안'이라도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생산 규제를 거부했고, 이후 다른 쟁점들도 의견이 갈린 걸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중재자' 역할을 했으나 협약 성안을 이끌지는 못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수석대표)이 INC 의장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미크로네시아 등과 면담을 갖고 의견을 나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교체 수석대표)은 우루과이와 프랑스, 케냐, 캐나다, 노르웨이에 절충안을 소개했다. 법적 구속력은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은 국가 이행계획 등 국가별 자발적인 조치를 통해 설계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절충안이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마지막 전체 회의에서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다"라면서도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유국 등의 '지연' 혹은 '반대'에 대해서는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드는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했으며 이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UNEP과 INC 참여국들은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통해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번 협상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각국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방치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가 모두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이릭 린데비에르 세계자연기금(WWF)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국제 사회가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 제품과 화학물질의 금지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현재와 미래 세대가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구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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