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탈퇴 압박 속 기후총회 '최소 421조원' 분담금 합의(종합)

선진국-개도국 갈등 격화…하루 연장 끝 극적 타결
'화석연료 감축경로 마련' 과제 남아…2025년 브라질서 회의

기후 활동가들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COP29 기후 회담을 앞두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기후 총회가 실패하면 안된다'는 의미의 글씨를 송출하고 있다. 2024.11.8/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강민경 기자 =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2035년까지 선진국의 분담금을 연간 '최소' 3000억 달러(약 421조 원)로 합의했다.

24일(현지시간) 환경부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미디어허브 등에 따르면 COP29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라는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열렸다. 미국과 일본의 기후 재원 합의 지연, 사우디아라비아의 화석연료 전환 반대 등으로 회의는 후반부로 갈수록 혼란이 커졌다.

회의 막바지, 인도 대표 리나 난단은 (선진국) 분담금이 "형편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후 분담금 상향과 '최소'라는 문구 추가를 끌어냈다.

아울러 개도국 대표들은 선진국이 역사적 책임에 비례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간 분담금을 5000억 달러(약 703조 원)로 설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맞서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요구가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하며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개도국이 COP29 탈퇴를 언급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자 협상이 붕괴 직전까지 갔다.

결국 기후위기 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최소 300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2020년까지 연 1000억 달러 지원을 목표로 했던 기존 합의가 2022년에야 달성된 점을 고려하면 진전된 목표다. 다만 대부분의 자금이 민간 재원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 취약국 지원에 있어 현실적 한계가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를 두고 "보다 야심 찬 결과를 기대했지만, 이번 성과가 기후위기 대응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합의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는 청정에너지 성장과 수십억 명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 정책"이라며 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기후 싱크탱크 ‘스트래티직 퍼스펙티브스’의 린다 칼처 이사는 "바쿠 합의는 각국이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내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화석연료 감축 경로가 포함될지가 관건"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20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 한국사무소에서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과 면담 기념 악수를 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24.11.21/뉴스1

그린피스의 제 야오 동아시아 글로벌 정책 고문은 "중국의 결단이 앞으로의 다자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브라질에서 열릴 COP30 이전에 중국이 강력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시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티나 스테지 마셜제도 기후특사는 "기후취약국은 필요한 자금을 일부 확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자금 전달 장애를 줄이고, 화석연료 감축 합의는 지켜야 한다. (기후총회가) 생명을 구하려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합의는 각국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제출되는 내년 2월까지의 과정과 2035년까지의 이행 여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 역시 공여국의 책임을 다하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COP29의 성과를 이어갈 다음 총회는 내년 브라질 벨렘에서 열릴 예정이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이를 "대전환의 COP"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더 강력한 다자주의를 약속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