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공백 메우는 'AI 예보지원관'…6시간 내다보는 '날씨의 눈'

기상과학원 '날씨 구글' 알파웨더 공개…초단기 예보 강화
내년 일반 공개…민간 정보 활용으로 기상산업 발전 전망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이 20일 인공지능(AI) 예보지원 시스템 '알파웨더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서귀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검색창에 '서울·경기 지역 최고기온 기록을 보여달라'고 입력하자 현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해당 지역의 정보가 주르륵 떴다. 종전까지는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들어가서 위험기상정보 내 '기후정보'에 접속, 일일이 손으로 검색해야 볼 수 있던 정보다.

기상청 시스템에 처음 도입된 '자연어 처리 음성·텍스트 기반 인공지능(AI) 검색기'다. 기상·기후 분야의 'Chat GPT'라고 부를만하다. 기상청은 지난 20일,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인근 국립기상과학원에서 AI 예보지원 시스템 '알파웨더 설루션'을 공개했다.

알파웨더는 '기상청 구글' 격인 AI 검색기와 초단기 예측지원으로 구분된다. 앞서 소개한 AI 검색기가 과거의 자료를 쏙쏙 뽑아온다면 초단기 예측지원은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걸 지원한다. 새로 고용된 'AI 예보지원관'인 셈이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기상 예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와 직결된 만큼 매우 보수적인 분야다. 이런 특성 때문에 AI를 활용하는데 '신뢰성'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날씨·기후 발표는 일부 날씨 유튜버나 블로거처럼 아무렇게나 말하고, 틀려도 상관없는 게 아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정보는 한 번 틀리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AI도 이런 책임을 고려해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다.

알파웨더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AI 검색기는 기존 예보관들이 복잡한 URL과 방대한 자료 속에서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내는 고된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과거에는 일일이 사례를 찾아 분석해야 했던 작업을 이제는 음성이나 텍스트 명령 한 번으로 수행할 수 있다. 검색 명령어로 "뇌우 감시 정보를 보여줘"라고 요청하면 관련 정보 페이지가 빠르게 정렬되고, 이 데이터는 엑셀 파일로도 저장할 수 있다.

유사 사례 검색 기능은 천리안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의 기상 패턴을 비교하고, 유사도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정렬해 제공한다.

이 과장은 "기존에 기상 예보에서 유사 사례를 찾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AI 검색기가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예보관들이 보다 핵심적인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초단기 예보 지원 시스템 '나우 알파 큐'(NowAlpha-Q)는 알파웨더 설루션의 또 다른 축이다. '나우 알파 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한반도 강수 패턴을 분석해 6시간 앞까지의 강수 예측 정보를 10분 간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레이더(RADAR)를 활용해 관측한 한반도 강수 상황(위)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한 6시간 강수 예측(아래) 비교분석 ⓒ 뉴스1

기존 모델은 과거 1시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했지만, 나우 알파 큐는 이를 2~6시간으로 확대했다. 학습 데이터 역시 7년 치에서 10년 치로 늘어나 정확도가 한층 향상됐다.

이 과장은 "2024년 5~9월 1771개의 강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신 모델이 이전보다 강수 예측 정확도가 10% 이상 향상된 걸 확인했다"며 "평균적으로 한 시간 CSI(예측 적중률)는 0.6, 6시간은 0.36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CSI 값은 강수 예측의 적중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클수록 정확도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알파웨더 설루션은 내년부터 국민에게 확대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는 예보관 중심의 시스템이지만, 기상 자료 개방 포털 등과 연계해 일반 국민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 예정이다.

민간에서 정보 활용이 쉬워지는 만큼 기상·기후 산업 발전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에 AI 기반 예보 기술을 그린 ODA(공적개발원조) 등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