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수온 상승, 세계평균 2.5배…태풍 키우는 '주유소'

해수면도 2배 상승…동해 수온 32도 '주요어종 폐사' 피해
바닷물 증발이 '구름 이불' 만들며 역대급 열대야 불러

제10호 태풍 산산이 북상하며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에 거센 파도가 일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 여름 전 세계에서 한반도 인근 수온 상승 폭이 세계에서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 상승폭도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했다. 향후 태풍이 한반도를 향할 때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기상청이 '한반도 주변 바다 급격한 고수온화에 대한 이해와 미래 예측'을 주제로 개최한 기상 강좌에서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올해 역사상 최장 열대야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함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반도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100년간 약 1.5도 상승해 전 세계 평균(0.6도)보다 2.5배 높았다. 특히 동해는 서해·남해보다 수온 상승 폭이 커서, 지난 40년간 약 2도 가까이 상승했다.

해수면은 연평균 2.97㎜씩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 교수는 "남극 빙하가 녹은 것에 더해 고수온 현상으로 열팽창 하며 해수면이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두꺼운 구름을 만들어 담요처럼 한반도를 덮었다. 그 결과, 올여름 한반도에는 전국 열대야 발생 일수는 현대적 기상관측이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많았다.

고수온 현상은 이미 국내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여름 양식장의 물고기 1억 마리가 폐사했고, 어민들의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며 "동해안에서는 수온이 최고 32도까지 치솟아 28도 이상에서 생존이 어려운 광어 등 주요 어종의 폐사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해역의 고수온은 북태평양 진동(PDO)과 엘니뇨·라니냐(ENSO) 등 대규모 기후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올해의 고수온 패턴이 음의 PDO 패턴과 유사하며, 이러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상 분무'가 활발해지며 태풍이 강해질 수 있다. 한반도 근처 바다가 마치 태풍에 연료를 가득 채워주는 주유소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해처럼 바다가 뜨거운 상태가 반복된다면, 앞으로 더 강하고 위험한 태풍이 자주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고수온 상태에서는 태풍이 한반도에 가까워지며 급격히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태풍이 바다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돼, 기존 예측 모델로는 강도·이동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안가로 밀려오는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면서 해안 지역 피해가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태풍 힌남노는 태풍이 고수온과 결합해 한반도 주변에서 급격히 강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김 교수는 "10년, 20년 뒤 기후변화를 내다보고 기후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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