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행성' 기후 대응, 갈림길에 서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기후문제 지적 편협한 시각·짜깁기 편집에 지탄받기도
트럼프 당선인, 기후문제 과학적 근거로 직시 필요성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영화 '인간들의 행성'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기후·환경계에선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탄·LNG 등 화석연료 활성화에 파리협정 재탈퇴 등 '기후 정책 퇴행'까지 예상되면서 미국 내 기후론자들은 걱정이 늘었다.

기후문제를 '가짜 뉴스'나 이해득실로 생각하는 미국 내 여론은 트럼프 당선인 외에도 다수 존재했다. 이를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던 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인데, 그간 노력이 무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인간들의 행성'(Planet of the Humans) 역시 기후론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어 감독은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내 총기 규제를 꼬집은 '볼링 포 컬럼바인'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9·11 테러를 담은 '화씨 911'로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영화는 기후 정책의 한계 및 기업과 밀착한 기후운동가를 지적하면서 기후 문제 원인을 인구 증가로 꼽았다. 또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에) 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가들이 탄소 저감의 '순수한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일부 환경단체가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활동한다는 비판이다.

다만 '인간들의 행성'은 공개 이후 다수의 과학자 등에게 비판을 받았다. 영화가 재생에너지 기술의 효율성과 발전을 과소평가하고, 오래된 데이터를 사용해 현재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태양광 패널의 효율성을 8%로 언급했는데, 영화 개봉 당시 상용화된 패널의 효율성이 20%를 초과했기 때문에 영화와 현실 사이 괴리가 크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후 활동가들이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COP29 기후 회담을 앞두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 '기후 총회가 실패하면 안된다'는 의미의 글씨를 송출하고 있다. 2024.11.8/뉴스1 ⓒ 로이터=뉴스1

환경단체가 기업과 연계하며 본래 목적이 퇴색됐다는 내용 역시 발언을 짜깁기해 왜곡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결국 이 영화는 기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편협한 시각으로 대중에게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트럼프 재집권이 도래한 지금,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 문제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직시한다면, 그의 재집권은 오히려 글로벌 기후 대응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리더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도모하는 정책에 나선다면, 기후 위기를 넘어선 경제와 환경의 새로운 균형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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