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기후수장 "기후변화로 침몰국 발생…기후이주 대비해야"
크리스틴 틸리 기후변화대사 "韓 원하는 방식의 협력 강화"
청정에너지·저탄소에 20.6조 투여…2026년 COP31 추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임세영 기자 =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몰 위기에 놓인 주변국 원주민들의 이주를 올해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대규모 기후 이주 논의에 중요한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호주 정부 대표단의 기후·환경 분야 수장 크리스틴 틸리 호주 기후변화대사는 지난달 30일 주한호주대사관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로 도서 국가나 동남아시아의 저지대 인구밀집 지역에서 침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탈리 대사는 2022년 취임 뒤 국내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제3회 수소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과 면담했고, 정기용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를 방문했다.
틸리 대사가 언급한 '기후 이주'는 호주가 태평양 도서국인 '투발루'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사업이다.
호주는 투발루와 '팔레필리 조약'을 맺고, 해수면 상승으로 거주지를 잃게 될 투발루 주민들이 호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투발루 전 국토가 물에 잠겨서 전 국민이 호주로 이주해도 주권을 계속 인정할 계획이다.
틸리 대사는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등 국제 사회가 기후 이주 문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29에선 무탄소 에너지와 '기후 적응'을 위한 기금 마련·분배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틸리 대사는 "호주 정부는 태평양 도서국과 동남아시아 기후 대응을 위해 종전 20억 호주달러(한화 1조 8150억 원)의 기여금을 30억 호주 달러(2조 7200억 원)로 50% 증액했다"며 한국도 기금을 확대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민간 자본 역시 기후 재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공적 자금과 민간 자본의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리 대사는 최근 국제사회에 부는 원자력 발전 바람에 대해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주 내 원전 도입에 대해서는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호주 야당이 주장하는 사상 첫 원전 도입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도 원전 필요성을 인정하는 취지다.
틸리 대사는 "에너지 전환·탄소중립을 위한 '호주발 미래'(Future Made in Australia) 프로그램에 227억 호주달러(20조 6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한국 등 해외 투자자를 위한 규제·승인 절차 간소화의 '1급 집사' 역할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특히 수소 산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호주는 2027년부터 청정수소 생산 기업들에 10년간 세제 혜택을 제공하여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틸리 대사는 "현재 선정된 6개의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 중 2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과 호주 간 수소 협력은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대선이 기후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결과에 따라 협력의 방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제적 협력은 특정 국가의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는 태평양 도서국들과 공동으로 2026년 COP31 개최를 추진 중이다. 틸리 대사는 "(기후 약자인) 도서국의 과제를 우선 반영하고, 원주민의 기후 적응과 대응 노력을 부각하는 COP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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